실물 지표 부진이 체감 경기로 번지며 소비자·기업 심리가 탄핵 정국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던 지난해 2월로 되돌아갔다. ‘경제는 심리’라며 청와대와 정부가 애써 위기론을 덮으려 하지만 경제 주체들의 마음속은 이미 얼어붙은 셈이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1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6.0으로 지난해 2월(93.9) 이후 21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CCSI가 100보다 낮으면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는 뜻이다. 한은은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이 계속되며 국내외 경기둔화 우려가 커졌고 고용지표 부진에 주가하락, 생활물가 상승 등 영향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세부적으로 CCSI를 구성하는 6개 지수 모두 하락했다. 현재 경기판단CSI(62), 향후경기전망CSI(72)는 각각 5포인트 떨어져 낙폭이 가장 컸고, 현재생활형편CSI(90)와 생활형편전망CSI(90)는 1포인트씩 하락했다. 가계수입전망CSI(97)와 소비지출전망CSI(108)는 각각 2포인트, 3포인트 내렸다.
주택가격전망CSI(101)는 13포인트 떨어졌다. 정부 대출규제 정책에 따른 주택매매거래 둔화, 시중금리 상승, 지방 집값 하락세 지속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고용 부진을 반영하듯 최저임금이 계속 오르는데도 임금수준전망CSI(118)이 3포인트 내렸고 취업기회전망CSI(75)도 4포인트 하락했다.
소비심리 부진은 어려운 내수 사정을 더 악화할 수 있다. 이를 반영하듯 앞으로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을 담은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0.1%포인트 낮은 2.4%를 기록해 2016년 8월(2.4%) 이후 최저였다. 다만 한은은 인구구조변화를 반영해 지난 9월부터 CCSI 표본을 개편한 만큼 8월 이전 수치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기업의 시각도 비관적이기는 마찬가지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12월 전망치는 88.7로 2017년 2월(87.7) 이후 가장 낮았다. BSI 전망치도 100보다 낮으면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특히 제조업과 중화학공업 전망치는 각각 82.1, 79.2로 3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자동차기업의 실적 악화 때문으로 분석된다. 부문별로는 고용(100.5)을 제외한 내수(96.8)와 수출(95.0), 투자(97.7), 자금(95.9), 재고(103.4), 채산성(93.9) 등 대부분이 100을 밑돌았다. 기업들은 2%대 저성장 고착화와 금리 인상, 민간소비 둔화 등 전반적인 경기 불황이 부정적 경기전망의 주된 이유라고 응답했다. 송원근 한경연 부원장은 “내년에도 제조업 위기가 심화할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규제개혁과 투자를 유인할 수 있는 기업 중심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진혁·박효정기자 liber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