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인사이트호' 화성 터치다운 성공]로봇팔로 지진·지각·열 측정…붉은 피부의 '속살' 파헤친다

7개월 거쳐 4억8,000만㎞ 날아 '엘리시움 평원' 도착

측지 등 내부탐사…미래 화성 정착 위한 선결조건 확인

선진국 우주개척하는데…韓은 달탐사마저 걸음마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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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분 전 기념비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이것은 이미 역사다.”

26일 오후2시54분(미국 동부시각, 한국시각 27일 오전4시54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항공우주국(NASA·나사) 제트추진연구소(JPL). 지난 5월5일 쏘아 올린 화성탐사선 인사이트(InSight)가 발사 206일 만에 화성 적도 인근의 ‘엘리시움 평원(Elysium Planitia)’에 무사히 도착했음을 알리는 ‘착륙 확인(Touch down confirmed)’ 메시지가 JPL 관제소에 도착하자 이곳은 축제 현장이 됐다. 화성으로부터 8분 6초 만에 지구에 도달한 이 한 줄의 메시지에 추수감사절 연휴도 반납한 채 신경을 곤두세웠던 인사이트 팀원들은 “우리의 희생이 헛되지 않았다”며 서로 얼싸안았다. 인류가 처음으로 화성의 속살을 파헤치는 역사적 일보를 내딛는 순간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 제트추진연구소(JPL) 직원들이 26일(현지시간) 화성탐사선 ‘인사이트’가 화성 착륙 직후 처음 보내 온 화성 표면 사진을 가리키며 기뻐하고 있다.  /파사데나=EPA연합뉴스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 제트추진연구소(JPL) 직원들이 26일(현지시간) 화성탐사선 ‘인사이트’가 화성 착륙 직후 처음 보내 온 화성 표면 사진을 가리키며 기뻐하고 있다. /파사데나=EPA연합뉴스


나사가 8억1,400만달러를 쏟아부으며 10년간 공을 들인 인사이트는 무려 3억122만3,981마일(약 4억8,000만㎞)을 날아 이날 화성에 도착했다. 우주 공간에서 최고 시속 6,200마일의 속도로 달린 끝에 206일 만에 화성 대기권에 진입한 것이다.

장장 7개월이 걸린 장거리 비행의 최대 고비는 대기권 진입 이후 7분에 걸친 마지막 낙하였다. 화성의 대기권은 지구의 1%에 불과해 엄청난 속도로 추락하는 인사이트를 어떻게 제어하느냐가 최대 관건이었다. 탐사선의 열 방지 장치가 섭씨 1,500도의 초고온을 견딜 수 있는지도 중요한 과제였다. 앞서 미국·유럽의 화성탐사선 15대 가운데 8대가 착륙에 실패한 원인 중 하나는 이 ‘공포의 7분’을 넘기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성공률 50%’라는 나사의 우려와 달리 인사이트는 하강(역추진) 엔진이 정상적으로 가동한 덕분에 대기권 진입 이후 6분 35초 만에 화성 표면에 안착했다. 인사이트는 상공 80마일(128㎞) 높이의 화성 대기권으로 진입한 뒤 낙하산과 하강(역추진) 엔진을 가동해 하강 속도를 시속 1만2,300마일에서 시속 5마일까지 떨어뜨리는 데 성공했다. 낙하 과정에서 인사이트에 설치된 3개의 다리는 착륙 때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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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쏘아 보낸 탐사선과 달리 인사이트의 착륙 성공은 화성 탐사의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나사가 1976년 7월 인류 최초로 바이킹 1호(Viking 1)를 화성에 착륙시킨 이래 이번이 9번째(8번 성공) 착륙 시도지만 지금까지의 탐사가 모두 표면 연구에 그친 반면 인사이트는 지진계와 열 감지기를 통해 지진·내부열 등을 조사하기 때문이다. 인사이트라는 이름도 ‘지진조사, 측지, 열 수송 등을 이용한 내부 탐사(Interior Exploration Using Seismic Investigations, Geodesy and Heat Transport)’의 영문 앞글자에서 따온 것이다.

인사이트는 화성 적도 엘리시움 평야에서 1.8m 길이의 로봇팔을 이용해 행성 표면에 지진계를 설치하게 된다. 또 지하 5m까지 자동으로 파고들어 가는 못에 열 감지기를 달아 행성 내부온도를 측정한다. 다만 지진 측정계 등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2~3개월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

인사이트의 착륙 성공으로 인류는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볼 수 있던 화성 정착의 꿈에 큰 한 걸음을 내딛게 됐다. 인사이트가 조사할 ‘화성 핵의 활성화 정도’는 향후 유력한 식민지로 거론되는 화성에 생명이 거주할 수 있을지를 판단하는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편 선진국이 이처럼 화성 유인 탐사에 속도를 내는 반면 한국은 위성(달) 무인탐사를 목표로 삼는 실정이어서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 정부는 최근 2022년까지 향후 5년 내 국산 로켓(한국형발사체), 달 착륙선, 소행성귀환선 개발을 완료하고 2030년까지 한국형발사체에 달착륙선을 탑재해 무인 달탐사를 마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2030~2035년 소행성까지 자력으로 탐사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구체성이 없어 선언적 성격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김창영·민병권기자 kcy@sedaily.com

김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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