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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시험발사체 성공] 우주강국 향한 151초 연소…2021년 로켓 자립 성큼

'목표 140초' 초과…200㎞ 올려

'2조 프로젝트' 작지만 큰 걸음

2023년 아리랑급 발사도 기대

고체연료 개발 제약 등 남아있어

완전 자립까지는 '험난한 여정'

28일 오후 전남 고흥군 봉래면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한국형발사체(누리호)의 엔진 시험발사체가 힘차게 솟구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28일 오후 전남 고흥군 봉래면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한국형발사체(누리호)의 엔진 시험발사체가 힘차게 솟구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는 한 인간에게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다(That’s one small step for a man, one giant leap for mankind).” 닐 암스트롱이 인류 최초로 지난 1969년 달에 발을 디디며 한 말이다. 28일 오후 우여곡절 끝에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한국형발사체(누리호)의 엔진 시험발사체가 높이 솟아오른 것도 이에 비견된다. 바로 ‘우주강국들의 눈에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한국 우주산업에는 위대한 도약’이라고 할 수 있다.

◇로켓 독자개발 향한 힘찬 첫걸음=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75톤의 추력을 내는 엔진 발사체를 지상에서 최고 209㎞까지 쏘아 151초 동안 연소시키며 제주도와 오키나와 사이 바다에 떨어뜨렸다. 시험발사체의 길이는 25.8m, 최대지름은 2.6m, 무게는 52.1톤이다. 발사 후 319초께 최대 고도에 도달한 뒤 포물선을 그리며 나로우주센터에서 429㎞ 떨어진 제주도 남동쪽 공해상에 떨어졌다. 오는 2021년까지 총 2조원을 들여 만들 누리호 발사를 위한 첫 터널을 통과한 것이다. 3단 로켓인 누리호는 1단은 75톤 엔진 4기 묶음(클러스터링), 2단은 75톤 엔진 1기, 3단은 7톤 엔진 1기로 구성되는데 1단형인 이번 시험발사체는 2단부와 비슷하다.


당초 누리호 엔진 시험발사체는 지난달 25일 발사될 예정이었으나 연료와 산화제를 탱크에서 엔진으로 넣어주는 ‘추진제 가압계통’의 이상이 발생해 한 차례 미뤄졌다. 임철호 항우연 원장은 “75톤 엔진 시험에 성공한 것은 발사체 독자개발의 주요 관문을 통과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인공위성 기술뿐 아니라 앞으로 우주여행을 하고 소행성에서 자원을 채취하는 등 우주개발에 우리가 동참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2013년 1월 나로우주센터에서 세 번째 만에 발사에 성공한 ‘나로호’의 경우 핵심인 1단부는 러시아제를 사용하는 등 러시아에 많이 의존했었다.



2816A02 누리호


◇2조원짜리 독자 로켓 개발 이유
는=2012년 본격화된 한국형발사체 계획은 75톤 엔진 시험발사체의 성공으로 목표대로 2021년 독자개발 가능성에 청신호가 커졌다. 미국·러시아·중국·EU(프랑스)·일본·인도·우크라이나·북한·이스라엘·이란 등 세계에서 11번째로 로켓 자립에 성공하는 나라가 되는 것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이 27일 새벽(한국시각) 화성에 인사이트호를 착륙시키는 등 우주강국의 광폭 행보에 비하면 시작은 미약하지만 끝은 창대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셈이다.


그동안에는 자체 로켓 기술이 없어 아리랑이나 천리안 등 인공위성을 지구 궤도에 올릴 때마다 미국 스페이스X나 유럽 아리안 등 외국에 의존해야 했다. 아리랑 등 1.5톤짜리 중·저궤도(지상 200~2,000km)용 인공위성은 400억~500억원, 천리안 등 3톤 규모 정지궤도(지상 3만6,000㎞)용 위성은 700억~800억원을 지불해왔다. 12월5일 유럽의 아리안스페이스를 통해 쏘게 되는 천리안2A호도 역시 700억~800억원을 내야 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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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조원이 투입되는 누리호가 계획대로 성공하면 2023년부터 아리랑급은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자체적으로 발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발사 횟수를 늘리고 민간 발사 생태계까지 조성해 2031년부터는 개발도상국의 소형 인공위성을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하는 길도 열리게 된다. 그동안은 인공위성 시장에서만 세계에서 1%가량의 점유율을 보였으나 로켓 시장까지 쌍두마차를 이뤄 뻗어 나가게 되는 셈이다. 탁민제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우주강국에 비하면 발사체 기술은 아직 초보 수준”이라며 “달 탐사 등 꾸준히 우주산업에 투자하면 치열한 우주경쟁에 숟가락을 얹을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나로호 발사 당시 항우연 원장을 지낸 김승조 서울대 명예교수는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와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오리진이 매년 거액을 쏟아부으며 로켓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세계적으로 100개 가까운 우주벤처가 소형위성 발사용 로켓을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독자 발사체까지 여전히 험난한 여정=물론 로켓 독자 설계·조립·시험·발사를 위한 완전 자립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우선 75톤 추력 엔진 4기를 묶어(클러스터링) 최소 143초 이상의 연소시험을 통과해야 1단부에 쓸 수 있다. 스페이스X는 80톤 추력 엔진 9개 또는 27개를 묶어 1단부로 사용하는데 원활한 연소가 고난도 과제다. 1단 대형 추진제 탱크의 양쪽 끝을 돔 형태로 만드는 기술(돔 스피닝)도 현재 기업(한국항공우주산업·두원중공업·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들에 갖춰지지 않은 실정이다.

무엇보다 1979년 체결된 한미 미사일지침에 따라 우리나라가 로켓 개발 시 효율이 높은 고체연료 개발에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는 문제를 풀어야 한다. 미국이나 유럽·중국·일본 등 우주강국은 모두 인공위성이나 태양·화성·달·소행성탐사선 발사 시 액체엔진 로켓을 쓰면서 양쪽 부스터에 고체연료를 쓴다.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은 “일본의 엡실론 로켓과 M-V 로켓, 유럽의 베가(VEGA), 인도의 PSLV 로켓도 고체연료를 사용한다”며 “고체연료는 크기와 무게가 작고 저렴하게 큰 추력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도 고체연료 추진체가 함께 개발돼야 성능과 효용성을 더욱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미국이 일본에는 핵심 로켓 기술을 모두 전수한 반면 한국에는 지원은커녕 통제를 가해온 것이 현실이라는 점에서 한미 간 미사일지침 등의 재협상이 필요하다.

박찬모 평양과기대 명예총장은 “한반도 평화공동체가 구축되면 남측의 인공위성 기술과 북측의 발사체 기술이 시너지를 내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흥=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



고광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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