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탈원전정책을 재조정하고 나선 것은 급격한 원전 비중 축소가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국민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여론을 외면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최근 유류세 인상과 관련해 반대시위가 벌어지자 친환경정책을 고집하던 대통령이 공약까지 과감히 철회하는 결단을 내린 셈이다. 마크롱 대통령이 “원자력이야말로 신뢰할 수 있는 저탄소·저비용 에너지”라고 역설한 것도 이런 국민 정서를 반영한 것이다. 원전 비중이 70%대로 세계에서 가장 높지만 단기간에 환경 오염을 줄이며 대체 가능한 에너지원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겸허히 수용했다고 볼 수 있다.
탈원전정책 변화는 비단 프랑스만의 일이 아니다. 최근 대만이 국민투표를 거쳐 탈원전을 포기한 데 이어 일본도 2030년까지 원전 비중을 20∼22%로 확대하기로 했다. 미국은 노후원전 8기의 수명을 최장 80년까지 연장하고 영국에서는 원전 13기를 추가로 건설할 예정이다. 각국이 탈원전정책을 수정하는 것은 잘못된 공약에 매달리다가는 자칫 기업도, 나라 경제도 흔들릴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체코를 방문해 원전 수주 지원활동을 벌였다. 청와대는 대통령이 우리 원전기술의 강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탈원전 한국의 수주 전망은 결코 밝지 않다. 오죽하면 야당에서 탈원전정책을 철회할 경우 국정운영에 협조하겠다고 호소하고 나섰겠는가. 이제야말로 국내 원전 생태계는 물론 해외 시장 진출마저 가로막고 있는 탈원전정책을 접어야 할 때다. 국민은 무리한 공약을 폐기하는 지도자의 용기와 결단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