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의 분수령이 될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전 세계의 시선이 회의가 열리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쏠리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발발 이후 처음 만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극적 합의에 이르며 양국 무역갈등을 봉합할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내년부터 전면적인 무역전쟁에 돌입할지 여부가 최대 관전 포인트로 주목받으면서 국제사회는 두 정상 간 양자 업무 만찬 회담이 예정된 다음달 1일을 숨죽여 기다리고 있다. ‘아메리카 퍼스트’를 앞세운 트럼프 대통령이 7개국 정상들과의 양자회담에서 무역·안보·기후변화 등 국제적 현안에 대해 어떤 결과를 도출할지도 관심사다.
미중 양국은 정상회담을 나흘 앞둔 27일(현지시간)에도 기선 제압을 위한 막판 기싸움을 이어갔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점에서 볼 때 (중국과) 합의가 이뤄질 ‘꽤 높은 가능성’이 있으며 그는 합의에 열려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커들로 위원장은 무역갈등의 돌파구를 찾으려면 중국이 미국을 만족시킬 만한 타협안을 들고 와야 한다며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그는 “지식재산권 탈취 및 강제 기술이전 문제 등을 놓고 지금까지 중국이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중국의 대응은 실망스러웠다”며 “시 주석에게는 협상의 톤과 실체를 바꿀 기회가 있다”고 중국의 태도 변화를 강하게 요구했다. 그는 또 “시 주석이 우리를 위한 일부 새로운 제안을 제시할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낙관주의를 피력했고 우리는 새로운 장을 열 기회를 가졌다. 지켜보자”고 말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예정된 대중 관세율 인상과 추가 관세 부과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날 경고도 반복했다.
중국도 미국의 ‘일방주의’와 연일 거듭되는 압박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류허 중국 부총리는 이날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경제 콘퍼런스에서 “우리는 보호주의적이고 일방적인 접근법이 무역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다고 믿는다”며 “일방주의적 접근은 세계에 경제적 불확실성만 야기할 것”이라고 미국에 일침을 날렸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의 날 선 공방이 이어지자 일부 외신들은 무역갈등 해소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중 정상회담이 실패로 끝날 수 있다는 증거”라고 분석했고 파이낸셜타임스(FT)도 “중국과의 무역전쟁이 중단될 가능성이 희박하며 추가 관세가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다만 중국의 양보로 양국이 큰 틀에서 휴전에 합의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로런스 라우 홍콩 중문대 경제학과 교수의 말을 인용해 “양국 경제의 피해가 시작됐기 때문에 미중 정상이 휴전에 합의하고 향후 협상을 통해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이번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외에 한국·일본·러시아·독일·아르헨티나·터키 등과 연쇄 양자회담을 열어 무역·안보 등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하지만 일부 국가의 경우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차가 커 정상회담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함정 나포 사건에 대해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의 비난 수위가 높아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취소할 수 있다고 밝히며 회담 과정이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또 이번 회의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마이웨이식’ 행보로 지난 6월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와 18일 막을 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처럼 공동성명 합의가 불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블룸버그통신은 “G20에 참석하는 정상들이 무역분쟁과 이민·기후변화 등 공통의 위협에 직면했지만 공동의 목적의식이 결여돼 집단적 대응을 하기보다는 합의가 불발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