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북미 협상의 꼬인 실타래를 풀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또 다시 정상회담을 갖는다. 두 정상의 정상회담은 벌써 여섯 번째다. 앞서 지난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핵심으로 하는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논의했다.
당시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협상에 상당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매우 개방적이고 훌륭하다”고 평가하고,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가 “곧 발표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후 북미 고위급 협상과 실무회담이 연기되면서 북미 간에 갈등은 다시 고조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북미 비핵화 협상의 ‘장기전’을 예고했고, 북한은 연일 호전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초 개최 예정이던 북미 정상회담 역시 불투명성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 역시 올 연말로 자신했던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과 관련, 유보적인 자세로 돌아섰다.
북미가 비핵화와 이에 상응하는 제재 완화 조치의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양측의 기 싸움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AFP통신은 미 국무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북한 인권을 주제로 한 회의를 다음달 10일 개최할 것을 요구했다고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북미대화가 난기류에 빠지자 국제사회를 동원한 대북 압박의 강도를 높이려는 모양새로 보인다. 북측은 김성 유엔 주재 북한대사가 안보리에 보낸 서한에서 “현재의 긍정적 국면을 북돋는 것이 아니라 대립을 부추길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즉각 반발했다.
미국은 자체적인 대북 압박의 고삐도 바짝 죄고 있다. 미 법무부는 북한 금융기관의 돈세탁에 연루된 중국 기업 2곳과 싱가포르 기업 1곳의 자금을 몰수해달라며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지난해 8월 이후 두 번째 몰수 소송이다. 문 대통령의 중재 외교로 간신히 조성된 북미 간 화해 무드가 흐트러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긍정적 메시지를 받아내는데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로선 트럼프 대통령을 통한 탑다운(Top-Down) 방식의 갈등 해소에 기대를 걸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청와대 외교 안보 라인의 판단이다. 문 대통령의 중재외교마저 실패할 경우 북미 비핵화 협상은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도 있다.
한미정상회담은 오는 30일부터 내달 1일까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열린다.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한미 양국은 부에노스아이레스 개최 G20 정상회의 기간 중 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정상회담을 갖기로 합의했다”며 “시간 및 장소 등 구체 관련 사항은 아직 협의 중이며, 확정되는 대로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수석은 아울러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미 양국 정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정착 등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추진해 나가는 데 있어 공조 방안과 한미 동맹 강화와 관련한 협력 방안 등에 대해 중점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프라하=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