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수수료 인하 ‘쇼크’에 직면한 카드사들이 임대료 절감 등을 위해 영업점포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카드사의 영업점포는 오프라인 카드 모집의 거점 역할을 담당하는데 비대면 발급 비중이 높아진데다 카드사들이 수수료 인하에 따른 실적 감소 여파로 고정비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어서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에서는 각종 경비 절감을 위한 영업점포 축소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내년 실적악화를 우려해 이미 긴축경영에 돌입한 카드사들은 내년부터 본격적인 감원 등에 나설 가능성이 커 자영업자를 돕겠다는 선의의 정책이 오히려 양질의 일자리를 줄이는 ‘선의의 역설’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현대·비씨·하나·우리·롯데 등 8개 전업 카드사의 영업점포 수는 올해 6월 기준 308개로 반년 새 23개 줄었다.
지난 2014년 말과 비교하면 3년6개월 만에 100곳가량 급감했다. 영업점포는 지점·출장소·사무소로 크게 나뉜다. 카드사는 지점을 지역거점으로 활용해 지역별 회원모집, 가맹점 영업을 담당한다. 출장소나 사무소는 작은 지역 단위를 맡는다. 카드 모집인이 활동하는 영업범위는 지점이나 출장소 단위로 정해진다. 점포가 많을수록 카드사가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카드 수수료 인하의 직격탄을 맞은 카드사들은 비용절감 1순위로 점포 축소를 고려하고 있다. 카드 발급 규모를 순증시키는 확장전략을 펼치기보다는 외형을 유지하는 정도의 긴축경영으로 눈을 돌리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기존 점포를 비대면 발급 추세에 맞게 바꾸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 삼성카드는 올해 7월 말 디지털 기반 모집인 조직인 ‘디지털 브랜치’를 수도권과 충청 지역에서 시범 운영하고 있다. 디지털 브랜치는 특정 장소에서 오프라인으로 모집 업무를 하는 기존 모집인 조직과 달리 온라인을 기반으로 모든 업무를 처리하는 디지털 지점이다. 모집인은 오프라인 지점에 매일 방문할 필요 없이 자율적으로 영업시간을 운용하고 태블릿PC를 통해 때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수시로 업무를 진행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신용카드 비대면 발급 비중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비씨카드를 제외한 7개 전업 카드사의 온라인 카드 발행 비중은 22.12%로 전년 동기 대비 4.02%포인트 증가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 모집인을 통해 한 카드를 발급할 때 카드 발급 수당, 점포 관리 비용 등 40만여원의 비용이 발생한다”면서 “하지만 같은 카드를 비대면으로 발급해줄 경우 비용이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점포 감축 추세로 인해 카드 모집인 규모도 움츠러들고 있다. 비씨카드를 제외한 7개 전업 카드사의 모집인 수는 지난해 말 1만6,658명에서 올해 9월 말 기준 1만3,811명으로 9개월 새 약 3,000명 줄었다. 전광원 신용카드설계사협회장은 “현재 남아 있는 카드 모집인 대부분은 생계형 종사자”라며 “수십년간 카드 산업을 위해 일해온 이들이 갑작스럽게 다른 일자리를 구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우려했다.
문제는 정부의 카드 수수료 인하 정책이 소규모의 구조조정이 아닌 대량 실업 등 대규모 감원 한파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위원회는 26일 우대 수수료율 적용 구간을 기존 연 매출 5억원 이하에서 30억원 이하로 대폭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카드 수수료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번 개편안에 따른 카드사 수수료 감소액은 8,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며 카드사들이 마케팅 비용 통제, 구조조정, 카드 대출 확대 등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카드사의 한 고위관계자는 “마케팅 비용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줄이면 고객 반발을 불러올 수 있어 서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면서 “구조조정이 가장 먼저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은행 계열 카드사들은 은행과의 재합병 등의 가능성이 계속 흘러나오는 등 카드 업계 전반의 감원 위기가 점점 고조되고 있다. 실제 카드사 노조는 “정부의 수수료 인하 정책이 실행되면 카드사들은 대규모 감면위기에 직면한다”며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