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토요워치] "뭉치면 뜬다"...'X'의 경제학

BTS X 라인프렌즈 X ASSC

컬래버레이션 의류·잡화 50종

제품 공개 2시간 만에 완판

일부 4~5배 웃돈 재판매도

"컬래버노믹스로 장기불황 넘자"

패션-식품-예술 등 영역 파괴

1020 한정판에 푹...소비 주도




# 지난달 14일 글로벌 시장에서 ‘핫’한 스트리트패션 브랜드 ‘안티소셜소셜클럽(ASSC)’이 4일 뒤 최근 글로벌 팝 시장까지 석권한 인기 보이그룹 ‘방탄소년단(BTS)’, 네이버 라인프렌즈와 협업해 한정판 의류 및 잡화를 선보인다는 소식을 전하자 국내외 팬덤은 크게 들썩였다. 한국시각으로 18일 새벽1시 전 세계 소비자를 대상으로 판매를 시작한 50여종의 제품은 약 30분 만에 바닥을 보이기 시작해 2시간 만에 ‘완판’됐다. 원하는 제품을 갖지 못한 해외 팬들 사이에서는 아직 도착도 하지 않은 티셔츠·후드티를 사겠다며 4~5배의 웃돈을 부르는 경우도 나타났다.

‘컬래버레이션(협업)’은 최근 수년간 산업에서 가장 흥미롭고도 두드러지는 현상 중 하나다. 상품 브랜드와 기업 또는 아티스트들이 더 좋은 제품·작품을 위해 서로 손잡은 일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지금처럼 하루에도 서너 건씩 협업 제품이 쏟아질 정도였던 적은 없었다. 패션·식품·뷰티·예술·정보기술(IT)·자동차 등 산업의 전 영역에서 협업이 등장하고 경계를 허문 이색상품이 이토록 많이 등장하는 것도 이전에는 없던 현상이다. 그야말로 ‘컬래버노믹스(협업+경제)’의 시대가 활짝 열린 셈이다.


컬래버노믹스의 핵심은 잘 합치면 더 잘 팔린다는 데 있다. 컬래버레이션을 표현하는 기호가 더하기(+)나 앤드(&)가 아닌 곱하기(×)라는 점은 특히 상징적이다. 앞서 ‘bt21×ASSC’에서 보듯 전혀 다른 브랜드라도 제대로 결합하면 매출은 물론 브랜드 이미지도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컬래버노믹스 등장의 원인을 장기불황 타파를 위한 기업·브랜드들의 고육지책으로 보고 있다. 평범한 제품들에는 절대 지갑을 열지 않게 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독특하고 이색적인 협업을 시도하는 것이다. 침체된 시장에 입소문이 날 만한 ‘이슈’를 던져 산업에 활기를 불어넣으려는 시도로도 읽힌다. 협업으로 탄생한 희귀상품을 한정된 시간·장소에서만 소량 판매하는 유통방식이 소비에서 재미·경험을 중시하는 1020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에 딱 맞기 때문에 인기를 끈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는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서비스(SNS)를 통해 소비경험을 공유하길 즐기고 그런 공유의 과정이 브랜드 및 기업 이미지 향상에도 큰 도움을 주기에 기업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컬래버노믹스의 최전성기로 부를 법한 요즘은 하루가 멀다 하고 특별한 상품들이 쏟아져 소비자들의 마음을 즐겁게 하지만 단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기업들이 관심과 소비자의 니즈가 맞물리며 고품질 컬래버레이션 상품이 등장하자 이를 재판매(리셀링)하는 시장 역시 커지는 것이다. 포브스 등에 따르면 협업과 한정판 마케팅이 활발한 스니커즈의 경우 재판매를 위한 2차 시장만도 10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발매 당시 인기가 높아 구하기 어려웠던 물건일수록 시세가 오르는데, 일례로 지난 2017년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과 스트리트패션 브랜드 슈프림이 협업한 ‘루이비통×슈프림’의 경우 당시 약 85만원에 팔렸던 지갑이 현재 500만원, 3,380달러(약 380만원)에 판매된 백팩이 1,8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런 시세차익을 노리고 제품 자체에는 큰 관심도 없으면서 일단 물건을 산 후 웃돈을 비싸게 얹어 되파는 리셀러들이 대거 등장해 진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본다는 지적이다.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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