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소음진동 및 열관리 부품은 양복과 비슷합니다. 양복 겉감과 안감 사이엔 굉장히 많은 소재가 들어가지 않습니까. 이런 소재가 모두 들어가야 모양도 제대로 나고 보온도 할 수 있는 법이죠. 우리 회사 역시 자동차의 ‘안감’, 그리고 겉감과 안감 사이에 들어가는 ‘소재’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이런 부품이 있어야 자동차의 소음·진동·온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구자겸(59·사진) 엔브이에이치코리아(067570) 회장은 2일 서울 강남 원방빌딩 집무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소재 혁신이다. 소재는 궁극적으로 부품의 질, 승차감을 좌우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엔브이에이치코리아는 국내 1위 자동차 헤드라이너 생산 기업으로, 기술혁신·협력사 상생 등의 공로를 인정받아 최근 개최된 ‘제4회 중견기업의 날’에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수상 소감을 묻는 질문에 구 회장은 “굉장히 기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내가 이걸 받아도 될까’는 생각이 들었다”며 “자동차 산업과 관련해 일종의 ‘기술사’ 자격을 받은 것으로 여기고 기술 개발에 더욱 더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엔브이에이치코리아는 자동차 NVH모듈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업체로, 2000년 일양산업(소재), 인산기업(부품), 우창산업(부품), 엔브이에이치코리아(엔지니어링)이 합쳐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NVH는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소음·진동·불쾌감(Noise·Vibration·Harshness)을 뜻한다. NVH모듈은 차량 외부나 엔진 등으로 발생하는 NVH, 즉 소음이나 진동, 덜컹거림(불쾌감)을 줄여 승차감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자동차 내장재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NVH모듈은 자동차 무게나 연비, 온도를 조절하는 데에 중요한 기능을 한다. 사명이 ‘엔브이에이치코리아’인 것도 NVH모듈의 부품·소재·엔지니어링을 모두 취급하기 때문이다.
구 회장이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바로 소재 혁신이다. 이를 위해 1차적으로 소재 경량화를 도모했다. 구 회장은 “예전에 대형차에 들어가는 NVH부품 무게는 최대 70kg까지 나가곤 했지만, 저희는 이를 30kg대로 줄였다”며 “섬유에 구멍을 뚫어 크기도 줄이고, 소리도 붙잡고, 나아가 보온성까지 잡는 공법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VOC(휘발성유기화합물) 최소화에도 방점을 찍었다. VOC는 지난해 ‘살충제 계란’과 ‘생리대 사태’에서 문제가 됐던 인체유해물질로, ‘새 차 냄새’의 원인으로도 꼽힌다.
소재 보온기술은 구 회장이 특히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분야다. 공조기술과 직결되기 때문. 그는 “소재는 온도를 붙들거나 방출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한다”며 “기술용어사전에는 NVH가 ‘소음·진동·불쾌감(Harshness)’로 나와 있지만, 저는 7~8년째 고객사에 NVH를 ‘소음·진동·열(Heat)’로 소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엔브이에이치코리아는 5~6년 전부터 TMM(Thermal Management Module·열관리모듈)을 양산하며 공조장치 사업 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엔브이에이치코리아는 지난 8월 1,600억원을 들여 원방테크를 인수하며 공조 시스템 분야를 강화하기도 했다. 원방테크는 공조와 클린룸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곳으로 꼽힌다. 구 회장은 원방테크 인수를 계기로 클린·드라이룸 사업으로의 ‘다각화’까지도 도모한다는 복안이다. 이처럼 공조나 NVH모듈 부문에서 기술력을 축적하고 있음에도, 이를 협력사에게 숨겨서는 안 된다는 게 구 회장의 철학이다. 일종의 ‘오픈 이노베이션’을 도모하는 것이다. 구 회장은 “우리가 협력사에 하나를 줘야, 협력사도 우리에게 문호를 열어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아울러 엔브이에이치코리아는 산전휴가, 육아휴직,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유급생리휴가제도 등 여성 복지제도를 갖춰놓고 있다. 사람인에 따르면 엔브이에이치코리아 여성직원의 평균 근속연수는 13.4년이고, 평균연봉은 5,700만원이다.
사진=송은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