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국대사관이 구글 등 글로벌 ICT(정보통신기술)기업들을 향한 규제에 반대 입장을 공식화한 가운데 정치권에선 규제 도입의 고삐를 더욱 당기고 있다. 구글 등에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는 ‘한국판 구글세’ 법안이 새롭게 발의된 한편 해외에서 이뤄진 행위에 국내법을 적용하는 ‘역외적용’ 규정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이같은 규제 움직임엔 여야가 모두 같은 입장을 보이고 있어 추가 규제안이 계속 논의될 전망이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과방위 소속 박성중 자유한국등 의원은 지난달 30일 구글세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부가가치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재 부가가치세법은 게임·동영상 파일·소프트웨어 등만 전자적 용역에 포함시켜 과세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 범위를 △인터넷 광고·원격교육·전자출판물 △클라우드컴퓨팅서비스 △공유경제서비스 △웹사이트·컴퓨터시스템 등에 대한 원격 구축·유지·보수·관리용역 등으로 확대하고 사업자간 거래를 포함하도록 했다. 가령 유튜브의 광고나 아마존웹서비스(AWS)의 클라드컴퓨팅의 경우 그동안 과세 대상이 아니었지만 법안이 통과되면 수익에 따른 부가가치세를 내야 하는 셈이다. 지난 2015년 유럽연합(EU)에서 글로벌 IT 기업에 부가가치세를 30억 유로(약 3조 9,000억원) 과세한 것을 바탕으로 추산했을 때 국내에서도 약 4,000억원 규모의 부가가치세를 걷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성중 의원실 관계자는 “법인세는 고정사업장이 없는 해외 사업자에게 부과하기 쉽지 않지만 부가가치세는 국제 조세체계와 상충되지 않아 글로벌 IT 기업들의 세금회피를 비교적 효과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 과방위의 법안 심사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실제로 과방위는 지난달 29일 전체회의를 열고 ‘역외적용’ 규정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역외적용은 국외에서 이뤄진 행위여도 국내 시장 혹은 이용자에게 영향을 줄 경우 국내법을 적용하는 규정이다.
법안을 발의한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날 “미국 대사관이 서버 (국내) 설치가 자유무역협정(FTA)와 상충된다는 주제로 토론회를 한 것은 굉장히 부적절하다”라고 비판한 뒤 “역외적용은 어려운 논의를 1센티미터 올려놓은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하루 전날 주한미국대사관이 토론회를 주최해 “한국 정부에 데이터 현지화 규제를 피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 발언 등을 정조준한 것이다.
이밖에 국회 과방위에선 △글로벌 IT 기업 국내 서버 설치 의무화 △해외 사업자의 국내 대리인 지정 등을 담은 개정안들도 조속한 시일 내에 병합 심사해야 한다는 입장이 나왔다. 특히 국내 서버 의무 설치는 국내외 기업간의 역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필수적인 규정으로 평가된다.
다만 규제 도입의 정당성과는 별개로 효과적인 집행을 위해 국회가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방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역외적용’의 경우 외국 기업에 국내법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상대 국가와 마찰이 생길 우려가 제기된다. 또 해외 사업자에 국내 규제를 적용하는 동시에 필수설비 정보 제공 등 권한도 제공할 의무가 생길 수도 있다. 이에 따라 국회 내에서도 개정안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미국·EU 등 국가들과 상호 역외적용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역외적용 범위도 더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