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시한 넘긴 예산심사, 끼워넣기 야합 범죄 아닌가

결국 올해도 국회의 예산안 처리는 법정시한(12월2일)을 넘겼다. 2014년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에도 4년 연속 국회 파행이다. 무책임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정치권은 예산심사 소위원회 활동을 접고 여야 3당의 예결위원회 간사와 정책위의장 등으로 구성된 비공식 협의체인 ‘소소회의’에서 심사를 진행하는 데 합의했다.


국회 본회의에는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내년도 예산안이 1일 정부 원안대로 예산 부수법안과 함께 자동 부의됐다. 국회는 3일 본회의를 열 예정이지만 470조원에 이르는 새해 예산안을 그때까지 통과시킬지는 불투명하다. 여야 3당 지도부가 정치적 결단만 내린다면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표결에 부치는 것이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그동안의 예산심의 과정을 고려하면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은 편이다. 예산 소위에서 쟁점 사안으로 심사 보류된 항목만도 200건 안팎에 이른다. 심지어 일부 야당은 예산안 처리를 선거제도 개혁과 연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정기국회 회기 내 예산안 타결조차 어려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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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이제부터 예산심사가 밀실에서 진행된다는 점이다. 예산심의 지연이 초래한 파행적 기구인 이 협의체는 국회법상 공식 기구가 아니어서 심의내용이 속기록으로 남지도 않는다. 나라 살림살이가 어떻게 조정됐는지 검증할 방법이 사라진 탓에 여야 대표단은 누이 좋고 매부 좋다 식의 물밑 거래로 야합하기 일쑤였다. 동료의원의 쪽지예산 끼워 넣기가 난무하고 정치권 실세의 지역구 예산을 알아서 밀어주는 것은 그동안의 경험이었다. 이러고서 국민 세금이 허투루 쓰이는지 제대로 심사할 수 있겠는가.

이제는 나라 살림살이 검증이 정치적 흥정거리로 전락하는 적폐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쪽지예산은 국회법과 김영란법을 위반하는 범법행위다. 여야는 비공식 협의체 가동에 앞서 쪽지예산을 배격하겠다는 선언부터 해야 한다. 예산 처리 시한조차 지키지 못한 정치권이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다. 예산심의 내용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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