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G2 분쟁에 노동계·정부 압박 겹쳐...내년 사업계획도 못 짜는 대기업

美中 무역분쟁 휴전 합의 등

돌발변수에 경영시계 불투명

탄력근로제 입법 무산 부담

오너 리스크 압박 등도 변수




커지고 있는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 정부와 노동계의 압박 등에 기업들이 갈 길을 잃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반도체·자동차 등 국내 주력 산업이 급격한 변곡점에 서 있는 상황에서 미중 통상 분쟁에 따른 불똥에다 정치권과 노동계의 압박마저 겹치면서 경영 시계가 불투명해지고 있어서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LG전자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내년 사업계획이 여전히 수정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보통 11월께 완성되는 내년 사업계획이 연말 각종 돌발변수가 생기면서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선 글로벌 경제의 향방을 정할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말 그대로 파도타기를 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 중간선거에서 외교와 안보를 담당하는 상원에서 여당인 공화당이 승리하면서 중국을 압박하는 미국 정부의 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전날(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무역분쟁을 휴전하기로 협의했지만 시한부 평화일 뿐이다. 90일간 서로가 수긍할 수 있는 합의를 도출하자는 것인데 양국이 통 큰 양보를 결정할 경우 전망이 어두운 내년 글로벌 경기에 화색이 돌 수 있다. 하지만 합의에 실패하면 무역전쟁이 더욱 커져 우리의 주요 시장이 동시에 부진의 늪에 빠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반도체와 관련해 빅딜을 결정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불리한 환경에 놓일 수도 있다.



벌써 양국 정상이 회담에서 미국 최대 반도체 회사 가운데 한 곳인 퀄컴이 자동차용 반도체 업계의 강자인 네덜란드의 NXP를 인수하는 데 암묵적인 합의를 했다는 설마저 돌고 있다. 퀄컴의 NXP 인수는 중국 당국이 거부하면서 불발됐는데 중국이 입장을 바꿀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지금도 ‘반도체 고점론’으로 내년 이익이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데 글로벌 정치마저 요동치면 앞날을 예측하기는 더 어려워진다. 미국이 무역분쟁의 곁다리로 수입 자동차에 대한 관세 폭탄을 또다시 압박 카드로 꺼내면 현대·기아차도 곤경에 처하게 된다.

하지만 재계는 비즈니스에 집중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적으로 정치적 압박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최근 재계의 경영계획을 틀었던 가장 큰 변수가 탄력근로제 도입의 무산이었다. 탄력근로제는 주당 52시간 근무를 법으로 강제하되 업종의 특성과 계절적 요인에 따라 일정 기간 근무시간을 늘릴 수 있는 것을 허용하는 제도다. 재계는 3개월인 탄력근로 시한을 6개월 이상 늘려달라고 요구했지만 국회에서 연내 입법이 무산된 상황이다. 재계 고위관계자는 “정유와 화학·철강 등의 업종은 정기 보수를 하는 데 주 80시간 정도가 소요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삼성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를 둘러싸고 금융당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금융당국이 끝내 상장 폐지로 결정을 내리면 투자자 반발은 물론 그룹 지배구조를 둘러싼 불협화음이 커질 수도 있다. 광주형 일자리도 현대차의 경영계획에 큰 변수다. 노조가 강하게 반대하는 상황에서 수출 감소로 생산시설이 과잉인 상태에서 생산공장이 또 들어서기 때문이다.

노동계와 정부의 오너 리스크 압박도 내년 사업계획에 큰 변수다. 우선 내년 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상고심이 있다. 재판으로 이 부회장 활동에 제약이 생긴다면 올해 초부터 재개된 글로벌 네트워크 복원과 조 단위의 투자 결정에 심각한 차질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현대차도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한 압박, LG그룹도 신임 구광모 회장의 취임 이후 계열사 지분 정리와 일감 몰아주기 해소 등 국내적 현안이 산적한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문제는 (기업 문제를 두고) 청와대가 어떤 입장인지 확실하지 않다는 점”이라며 “모두가 눈치만 보고 있어 사업계획도 불확실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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