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오색 케이블카 24년·흑산공항 10년..정권따라 '보전-개발' 가치 달라 표류

■ 환경공포에 멈춰선 기간시설-SOC·관광분야

사업마다 환경단체 번번이 어깃장

지역 생산·고용유발 기대도 사라져

0415A04 흑산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는 지난 10월 초 전남 신안군 흑산도에 소규모 공항을 건설하는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계획 변경안’ 심의 중단을 밝혔다. 이로써 햇수로 10년째를 맞이하는 흑산공원 추진 사업은 또 다시 기약 없는 표류를 시작했다.

흑산공항이 처음 추진된 것은 2009년. 당시 국토해양부가 흑산공항 검토용역을 개시하며 본격적인 신호탄을 쐈다. 이후 2011년 1월 고시된 ‘제 4차 공항개발 중장기 종합계획’에 흑산도 등 소형공항의 필요성이 명문화한다. 2013년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관리센터의 ‘흑산도 공항 건설사업’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편익-비용(B/C)비율이 4.38로 나오며 공항 건설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 공항 건설에 따른 비용보다 이익이 4배 이상 많다는 뜻이다. 평가팀은 또 흑산공항의 지역 생산유발효과를 약 1,535억원, 고용유발효과는 1,189명으로 봤다. 이후 계획보완과정에서 B/C는 지난해 2.6, 올해 1.9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1보다 크다. 2015년 12월에는 당시 전라남도 도지사였던 이낙연 국무총리가 “흑산도 공항 건설 등 전남의 미래를 바꿀 새로운 변화를 잘 살피고 준비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공항 건설을 결정할 국립공원위는 7월에 이어 9월에도 결론을 못 내리더니 결국 미래를 기약하기 힘들어진 것이다. 주민들을 비롯한 찬성 측은 주민 이동권과 관광자원 개발을 내걸고 있는 반면 환경단체 등은 동아시아권 철새의 75%가 머무는 생태보고가 파괴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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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5A04 설악산


강원도 양양군이 추진하는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는 이보다 역사가 더 깊다. 오색케이블카는 23년 전인 1995년 오색리에서 설악산 끝청봉을 잇는 케이블카 건설 계획에서 출발한다. 지자체의 추진계획은 환경단체의 반발에 직면했고 오랜 기간 헛돌다 2012~2013년 2년 연속 양양군의 케이블카 시범사업 신청을 환경부가 부결하며 건설이 힘들 것이라는 분위기가 퍼졌다. 그러나 2015년 8월 국립공원위가 조건부 승인을 내걸며 20년 만에 숙원 사업이 풀리는 듯했지만 올 3월 환경부 환경정책제도개선위원회가 ‘허가 전면 재검토’ 결정을 내리며 다시 좌초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케이블카 건설 역시 관광자원 개발과 멸종위기에 놓인 산양 서식지 보호라는 가치가 충돌한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지난달 말 기자간담회에서 스스로를 ‘대표적인 녹색국가 주의자’라 칭하며 “개발보다는 보전에 무게추를 두고 힘을 실어야 한다”고 밝혔다. 특정 사안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힌 것은 아니지만 흑산공항과 오색케이블카 역시 추진 재개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자연보호의 가치의 중요성과 인류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무분별한 개발을 지양하고 멸종 위기 동식물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균형점이 과도하게 보전에 쏠리는 것은 곤란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히 정권 교체 이후 환경단체의 입김이 세지며 기존 정책 결정이 뒤바뀌는 점은 정부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환경에 대한 합리적인 우려는 당연히 고려해야 하지만 더 좋은 개선방향을 고민하기도 전에 시도조차 가로막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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