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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1,000억원대 소송 부담에 '공론위 존중'서 180도 급선회

제주 영리병원 허가 가닥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 개원을 허가할 방침을 시사했다. 그동안 공론조사위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이었는데 180도 급선회한 것이다.

원 지사는 그 배경에 대해 “행정의 신뢰성과 대외신인도 및 좋은 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 회복을 고려해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할 시점이라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장 큰 원인은 개원허가를 신청한 중국 뤼디그룹이 제주도를 상대로 1,000억원대의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되고 제주도가 소송에서 질 확률이 높다는 현실적 판단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원 지사가 공론화조사위 권고사항을 근거로 녹지국제병원 개설을 불허하면 녹지국제병원을 설립한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는 손해배상 소송을 불사하겠다는 태세다.

제주도는 지난 2015년 보건복지부에 녹지국제병원의 영리병원 사업계획서 검토를 요청했고 복지부는 그해말 승인요건에 적합하다고 통보했다. 또 공론조사의 배경이 된 ‘숙의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주민참여 기본 조례’가 제정된 시점보다 녹지국제병원 허가 신청 시기가 빨라 공론조사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영리병원이 건강보험 환자를 받지 못한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가 개원을 하가하면 녹지국제병원은 내년부터 중국 관광객을 상대로 의료 서비스에 들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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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병원은 성형외과, 피부과, 가정의학과, 내과(건강검진)로 구성돼 있으며 지난해 7월 완공됐다. 지하 1층~지상 3층에 47병상 규모로 총 778억원이 투자됐다.

영리병원이 국내 의료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우선 국내 건강보험 환자를 받지 못한다. 제주도의회 한 의원은 “녹지국제병원 안에 들어가보니 무궁화 5개짜리 호텔보다 좋다”며 “건강보험도 안 되는 병원을 일반 서민이 가겠느냐”고 말했다.

뤼디그룹은 의사 9명과 간호사 28명, 국제의료코디네이터 18명 등 총 134명을 채용한 뒤 8월 개설 허가 신청서를 제주도에 제출했지만 개설 허가가 여섯 차례 연기됐고 지난 2월 1일 숙의형 정책 개발 청구 대상이 됐다. 숙의형 공론조사위는 갑론을박을 거쳐 결국 지난 10월 4일 제주도에 개원 불허를 권고한 바 있다. 영리병원인 녹지병원이 의료 공공성을 약화시키고 환자 치료보다 이윤만 추구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한편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의료연대본부 제주지역지부는 이날 논평을 내고 제주도가 허가를 내줄 경우 원 지사 퇴진운동을 벌이겠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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