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물가가 2% 상승하면서 물가상승률이 두 달 연속 목표치인 2%를 유지했다. 유류세 인하 효과로 석유류를 포함한 공업제품 가격 상승세는 주춤했지만 겨울철 서민 난방용으로 많이 쓰이는 등유값은 약 7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농산물값도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밥상물가 부담을 높이고 있다.
4일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상승했다. 올해 8월까지 11개월 연속 1%대 초중반에 머물렀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 9월 1.9%로 급등한 뒤 지난 10월 2.0%에 올라서 두 달 연속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품목별로 보면 농산물이 14.4% 뛰면서 전체 물가를 0.6%포인트 끌어올렸다. 호박(50.5%), 토마토(44.4%), 파(35.6%) 등 채솟값이 14.1% 뛰었다. 전달(13.7%)보다도 높은 상승폭이다. 채소·과일·생선·해산물 등 50개 품목으로 구성된 신선식품지수도 10.4% 오르면서 전달(10.5%)에 이어 두 달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김윤성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지난해 출하량 증가에 따른 기저효과와 지난 7~8월 폭염 이후 출하량이 떨어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지난달부터 시행된 유류세 인하로 기름값 상승세는 한풀 꺾였다. 지난달 석유류 가격은 전년보다 6.5% 올라 6개월 만에 상승률이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전달(11.8%)의 절반 수준이다. 정부는 유가 상승에 따른 소비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난달 6일부터 6개월 간 휘발유·경유·액화석유가스(LPG) 부탄에 부과되는 유류세를 약 15% 낮췄다. 그 결과 경유는 9.1%, 휘발유는 5.1% 올라 전달(각각 13.5%, 10.8%)보다 상승폭이 크게 줄었다.
하지만 유류세 인하 대상에서 빠진 등유는 16.4%나 뛰어 2011년 12월(19.0%) 이후 6년11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찍었다. 등유는 도시가스가 보급되지 않는 구도심 지역 주택가나 농어촌 가구에서 난방용으로 쓰인다. 정부는 앞으로 난방용 등유에 대한 예산 지원사업 확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우리 경제의 활력을 보여주는 근원 물가상승률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달 물가 변동폭이 큰 농산물·석유류를 제외한 물가지수 상승률은 1.3%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에너지 제외 지수 상승률도 1.1%에 그쳤다. 전달보다는 모두 0.2%포인트씩 올랐지만 1%대 초반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근원물가 부진은 가계와 기업의 수요 증가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은 여전히 낮다는 뜻으로 내수 부진의 신호로도 해석된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