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도어락, 강심장만 열고 들어오세요"

영화 '도어락' 주연 공효진

"혼자사는 여성이 느끼는 공포

현실성 있게 다뤄 더 무서워

실제 성격과 정반대 캐릭터

체화 과정서 스토리도 수정

스릴러 특유의 판 깨려 노력"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캐릭터를 가진 배우라면 어떤 배우든 견제하게 되지 않을까요.”

어쩌면 TV 드라마를 통해서만 공효진을 접했던 사람이라면 뭇 여성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남자 주인공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로맨틱 코미디의 여주인공으로만 공효진을 기억할지 모르겠다. ‘공블리’니 ‘로코퀸’이니 공효진을 수식하는 단어들이 꼭 그렇다. 하지만 영화에서 공효진은 좀 다르다. 택하는 영화부터 예사롭지 않다. ‘미씽 :사라진 여자’(2016)에서는 헌신적으로 돌보던 여자아이와 함께 돌연 사라지는 보모, ‘미쓰 홍당무’(2008)에서는 안면홍조증으로 얼굴은 시도 때도 없이 빨개지고 마음은 뾰족하기 이를데 없는 비호감 캐릭터가 돼서도 매력을 발산했다. 원룸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다룬 영화 ‘도어락’에 공효진 이름 석 자가 내걸린 것만으로도 관객들의 기대가 높아지는 건 이 때문이다.


그런 공효진에게 영화는 연기자로서 가진 자산을 한껏 발산하는 놀이터다. 영화 개봉에 앞서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공효진(38)이 “영화 출연의 목적은 실험적이고 대범한 연기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분명한 어조로 말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로맨틱 코미디의 보증수표지만 “캔디처럼 항상 긍정적이고 좌절하지 않고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캐릭터가 반복되는 것 같다”고 공효진 스스로 털어놓을 정도로 공효진은 ‘로코퀸’ 이미지에 적지 않은 회의감을 느끼고 있다. 특히 올해로 연기인생 20년차를 맞은 그에겐 고군분투해야만 완성되는 영화가 필요했다고 한다.



“‘미스 홍당무’ 때처럼 내가 너무 책임질 게 많아서 정신을 놓을 수 없는, 나 자신을 극도로 몰고 갈 작품을 만날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자기만의 영역을 만든 배우들을 보면 후배라도 견제할 수밖에 없잖아요. 저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죠.”

‘도어락’의 메가폰을 잡은 이권 감독은 공효진의 데뷔작인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1999)의 연출부 막내였고 당시 인연으로 이번 영화에서 재회하게 됐다. 무서운 영화라면 몸서리치는 공효진이 스릴러에 도전하겠다는 결심을 한 것도 이 감독과의 친분이 컸다. 특히 공효진은 주어진 대사를 읊는 배우에 그치지 않았다. 적극적으로 스토리를 수정하며 스릴러 장르의 클리셰를 지워 나갔고 살아 숨 쉬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자기가 주인일 수밖에 없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디테일을 채웠다. 그런 공효진에게 이 감독은 “각본 타이틀에 함께 이름을 걸자”고 말했을 정도다.


“굳이 문을 열고 들어가지 않아도 될 공간에 들어가서 봉변을 당하는, 스릴러 특유의 클리셰가 정말 지루했어요. 내가 아니어도 될 영화를 하는 것만큼 재미없는 일도 없죠. 캐릭터가 제발 자기를 만들어 달라고 설득하는 느낌, 내가 이 영화의 주인이 돼야만 한다는 느낌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감독님과 치열하게 얘기하고 고쳐나갔어요. 그 덕에 결말도 많은 부분 바뀌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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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효진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성신여대 캠퍼스까지 직접 커피차를 끌고가 대학생들에게 커피를 나눠주는가 하면 TV홈쇼핑에 출연해 티켓을 팔았다. 심지어는 방송국 간판 뉴스 프로그램에 초대돼 앵커와 대담까지 했다. 갖은 홍보 아이디어를 낸 것도 공효진이었다. “대중을 상대로 영화 얘기를 가장 많이 할 기회라면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공효진 특유의 엉뚱하면서도 단도직입적인 성격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그러나 영화 속 경민은 공효진과 정반대의 성격이다. 평범하고 소심하고 싫은 소리는 뒤로 감춘다. “연기하는 내내 답답했다. 모니터링에서 배우인 내가 불쑥 드러날 때는 후시 녹음까지 하며 톤을 낮춰 경민의 일관된 성격을 만들어내야 했다”고 할 정도. 그런데도 공효진 자신은 낯선 캐릭터였을지언정 특유의 마이너 감성으로 보는 이들에게 ‘내 얘기 같다’는 느낌을 주는 데는 여지 없이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사실 영화를 끝냈는데 후련하지가 않았어요. 차기작 ‘뺑반’에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 정도였어요. 그런데 영화가 나오고 ‘공감된다’ ‘연기 잘했다’ 이런 평가를 많이 주셔서 가슴을 쓸어내렸어요. 공들였던 많은 것들이 편집과정에서 사라져 아쉽지만 공감을 느끼게 했다는 건 뿌듯한 일이죠.”

혼밥, 혼술에 혼영까지, 혼자의 삶에 익숙해진 현대인에게 이 영화가 건드리고 있는 주거안전 문제는 묘한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누군가 열어본 도어락에 흠칫 놀라며 비밀번호를 바꾸고 혼자 사는 집인데도 남자 구두와 속옷이 보이게 꺼내두는 경민의 모습은 범죄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공포를 느껴본 여성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이야기다.

“감독님의 생각은 경민이 통쾌하게 복수하는 모습을 보여줘서 극장 떠나는 관객들이 쾌감을 느끼게 하자는 거였는데 지금의 결말이 어떤 뒷맛을 남길지는 모르겠어요. 영화가 후유증을 줄 수도 있고 어떤 사람에게는 답답할 수도 있겠죠. 영화가 만들어진 후의 감상이나 논란은 철저히 관객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한마디만 할래요. 강심장들만 보세요.”(웃음) 5일 개봉
,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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