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난이도·절대평가·선택과목 유불리 다 실패한 2019 수능

국어 표준점수 16점 상승하며 난도 조절 실패

‘영어 1등급 반토막’, 절대평가 취지와 안 맞아

사회·과학탐구, 제2외국어도 선택과목 유불리 논란

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양길석 수능 채점위원장(왼쪽부터). 성기선 교육과정평가원장, 이창훈 수능시험 본부장이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채점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양길석 수능 채점위원장(왼쪽부터). 성기선 교육과정평가원장, 이창훈 수능시험 본부장이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채점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달 치러진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수능의 ‘고질병’으로 꼽혀온 사안들이 한꺼번에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난이도 조절과 절대평가 실효성 확보에 실패하고, 선택과목 간 유불리 현상마저 통제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4일 성기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이례적으로 2019학년도 수능 채점결과를 발표하기에 앞서 난도 논란에 대한 사과로 입을 열었다. 그는 “금번 수능 난이도에 대해 전국의 수험생, 학부모님, 일선 학교 선생님들께 혼란과 심려를 끼쳐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출제위원단의 예측과 실제 결과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달 수능 당일 15일 브리핑에서 수능 출제위원장인 이강래 전남대 사학과 교수는 “올해 수능은 고교 교육과정을 기준으로 전년과 같은 출제 기조를 유지하고자 했다”고 말한 바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입상담교사단도 국어영역 난도가 작년 수능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수능 실시 이후 실제 국어영역 표준점수 최고점은 작년보다 16점 급상승한 150점까지 올랐다. 표준점수는 수험생이 받은 원점수가 평균성적과 얼마나 차이 나는지 나타내는 점수로 시험이 어려워 평균이 낮아지면 표준점수 최고점은 높아진다.

현 체제로 바뀐 2005학년도 수능 이후 국어영역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가장 높았던 때는 2009·2011학년도였는데 당시 최고점은 140점으로 올해보다 10점 낮았다.

평가원도 예년과 비슷할 거라는 예상과 다른 수험생들의 반응에 당황하는 반응이다. 역대 최고의 ‘불(火)국어’라는 평가와 함께 난이도 조절에도 실패했다는 비판이 뒤따르는 이유다.

절대평가인 영어영역 역시 논란이 되고 있다. 올해 수능 영어영역에서 5.30% 학생이 원점수 90점 이상으로 1등급을 받았다. 상대평가 방식에서는 상위 4%에게 1등급을 주는데 2010학년도와 2012학년도 수능에서는 동점자를 포함해 각 5.31%와 6.53%가 1등급이었다. 절대평가임에도 1등급 받는 게 상대평가 때보다 어려웠다는 것을 보여준다.

공식적으로 교육당국은 ‘절대평가=쉬운 수능’이라는 분석을 부인해 왔다. 하지만 변별력 저하 우려를 감수하고도 영어를 절대평가로 바꾼 것에 대해 그간 교육당국이 해 온 설명에 비춰 보면 ‘상대평가보다는 1등급 받기 쉬운’ 수능일 것이라는 추론을 낼 수 있다.


2015년 영어 절대평가 방안을 발표했을 당시 교육부 대입 담당 과장은 “사교육의 3분의 1 정도가 영어에 집중되면서 절대평가 도입 논의가 시작됐다”며 “어느 정도 과도한 사교육은 감소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해 영어 절대평가가 도입될 때에도 교육부 대입 담당 국장은 “ 90점 이상이면 1등급이기 때문에 (1등급 비율을) 지금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만 기존보다 늘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부분은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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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입시업계에서는 난이도 조절에 실패할 경우 수능 최저등급을 맞추지 못한 학생이 늘어 수시모집에도 영향을 미치고, 절대평가의 취지가 무색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이런 우려는 절대평가 도입 2년 만에 현실이 됐다.

또 다른 ‘고질병’인 선택과목간 유불리 현상도 극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과학탐구영역의 경우 선택과목간 표준점수 최고점의 차이가 6점으로 작년 수능(5점)보다 늘었고, 제2외국어/한문영역 역시 과목별 최고점 차이가 26점으로 작년 수능(23점) 대비 증가했다.

이영덕 대성학력평가연구소장은 “사회탐구에서는 법과 정치, 경제, 사회·문화가 어려웠는데 나머지 과목은 만점을 받아야 1등급이 될 정도로 쉬웠다”고 평가했다.

한편, 교육계에서는 25년간 현행 수능 체제가 이어지면서 한계점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 지적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말 그대로 대학에서 공부할 만한 능력을 갖췄는지 측정해야하지만 실상은 대입 전형 자료로 중요 요소로 ‘줄 세우기’가 불가피하다. 변별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수험생들이 EBS 연계로 지문과 소재에 익숙해지고 25년간 적지 않은 기출 문항이 쌓인 점, 변별력 유지를 위해 복잡한 사고를 요구하는 문제가 출제된다는 점 등은 ‘불수능’ 논란이 끊기지 않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고교 진학담당 교사는 “수능을 진짜 ‘수학능력’을 평가하는 시험과 논·서술형 시험 등으로 이원화하자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현 수능의 한계 때문”이라며 “다만, 수능 절대평가에 대한 반발이 상당했던 점을 보면 수능의 변화는 굉장히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윤서영 인턴기자 beatriz@sedaily.com

윤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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