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시각] 소득주도 성장의 끝

김영필 경제부 차장




뒤늦게 소식을 접했다. 금융감독원이 개인간거래(P2P·Peer to peer) 대출을 점검했고 사기·횡령 혐의가 있는 20개사를 보름 전 수사 의뢰했다는 것이다.

다 아는 내용이라고? 그렇지 않다. 기자는 P2P대출에서 소득주도 성장의 끝을 본다. 최근의 경제 상황과 정부 정책 방향이 근거다.


P2P는 대부업이다. 핀테크로 포장해도 속성이 달라지지 않는다. ‘기초자산인 주가지수가 일정 수준…’ 같은 복잡한 설명에도 주가연계증권(ELS)은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채권이다(요새는 보장상품도 있다). P2P에 돈을 넣는 것은 돈놀이와 같다.

문제는 연체다. P2P 연체율이 무려 12.5%다(은행 가계대출 연체율은 0.26%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신용평가를 한들 경기 침체에는 장사가 없다. 구조화·분산투자는 철 지난 잠꼬대다. 신용도가 낮은 10명을 모았더니 확률적으로 늘 1명이 대출을 갚는다. 10명의 채권을 묶으면 1명분의 초우량채권(AAA)이 나온다. 이것이 금융공학이요 구조화다. 결과는 어땠나. 전 세계를 뒤흔든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증가 속도도 걸린다. P2P 누적대출액은 3조5,000억원으로 최근 1년간 약 169% 불었다. 저축은행은 지난 2012년 영업정지 사태 전까지 1년에 16~17%씩 대출잔액이 늘었다. 그런데도 파국을 피하지 못했다. 묻지 마 발급으로 몸집을 불린 신용카드사들은 2002년 ‘카드대란’을 일으켰고 서민들에게 깊은 생채기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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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에는 전염성이 있다. 부실은 대부업과 2금융권 같은 약한 고리에서 시작해 은행으로 퍼진다. P2P의 불법대출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은 매우 좋지 않은 신호다. 가계대출 시장이 포화돼 있으며 취약한 상태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주변 상황도 나쁘다. 지난달 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추가 이자 부담만 연 2조5,000억원이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기준금리가 중립 수준 바로 아래”라고 했지만 큰 틀에서의 인상 방향은 유효하다.

경기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서민은 일자리 감소로 소득이 급감하고 이자조차 내지 못한다. 최저임금은 불에 기름을 붓는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시뮬레이션해보니 금리 2%포인트 상승, 집값 30% 하락 시 연체율이 급등한다. 이대로라면 최저임금에 한 방 맞은 소득주도 성장이 가계부채로 ‘KO’될 수 있다.

대비가 필요하다. 경제학자 아티프 미안과 아미르 수피는 “가계부채와 소비 감소, 불황은 서로 연관이 있다”고 했다. 규제를 손보고 채무조정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부채 탕감도 검토해둘 필요가 있다. 부동산이 가계부채와 경기에 미칠 영향도 따져야 한다.

기자는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세한 위험신호를 잡아낼 수 있는 당국자의 능력이 필수다. 2기 경제팀, 준비돼 있나. /susopa@sedaily.com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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