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정인교칼럼] 미중 통상마찰 해소 어렵다

미중 3개월간 관세부과 유예는

이해관계 따른 단기 휴전에 불과

통상갈등 장기전 돌입 직시하고

미중시장 리스크 적극 관리해야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정인교 인하대 교수



엊그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의 최대 관심사항은 미중 통상마찰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시한 25% 관세 부과를 3개월간 연기하기로 했고 이 기간 양국의 고위 관계자가 협상을 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었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 결과에 대해 미중 간 온도 차가 크다. 중국에서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주요2개국(G2) 정상회담에서 미국과의 통상마찰을 해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보도되는 반면 미국 언론은 지난달 30일 작고한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의 국장(國葬)을 더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2시간 반에 걸친 정상회담 이후 공동발표문이나 기자회견도 없이 각자 따로 발표했던 상황을 고려해보면 미국 측이 흡족하게 생각할 만한 내용이 없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중국이 미국산 대두와 돼지고기를 수입하기로 함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팜벨트 지역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게 됐다는 것 외에 내세울 만한 성과가 없었다. 이들 품목의 수입 중단으로 중국은 물가 상승 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이므로 미국에 쉽게 양보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무역 불균형 시정과 지식재산권 보호 등을 대중국 견제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미국은 중국이 글로벌 패권을 넘보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 마련을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중국몽’ ‘중국제조 2025’ ‘일대일로’ 3대 정책에 대한 중국의 진로 수정 없이는 미중 간 통상마찰이 해소되기 어렵다. 이들 정책을 지탱하는 핵심이 중국식 국가자본주의, ‘당-경제 복합체(Party-Corporate Complex)’이고 이와 관련해 미국·유럽연합(EU) 및 일본이 문제 삼고 있는 것이 ‘비시장경제’ 지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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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의 전략대화에서는 재무장관이 미국 측을 대표했으나 이번 3개월 협상에는 대중국 강경파로 알려진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수석대표로 임명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불균형 시정, 지식재산권 보호, 금융시장 자유화, 환율 절하 방지 대책 등 경제체제 전반에 대해 중국을 강하게 압박하도록 온건파인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대신 라이트하이저 대표로 교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라이트하이저는 1980년대 후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 30대의 나이에 USTR 부대표로 일본의 시장 개방을 이끌어내고 이후 로펌에서 중국과 관련된 일을 많이 했기에 중국의 속사정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어 상대의 약점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것이다. 국영기업은 대표적인 비시장경제 지표이고 중국 경제에서 국영기업의 위상과 역할이 결정적이므로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 등 강경파와 손잡고 중국 비시장경제 요소의 시정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의 후속작인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으로 비시장경제 규정을 포함시켰다. 캐나다와 멕시코가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못하도록 못 박은 것이다. 8월 초 공개된 USTR 문건에서도 중국의 비시장경제 문제를 국제 이슈화할 것임을 밝히고 있다. 또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10월 초 미 허드슨연구소 강연에서 중국 경제의 체제적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면서 향후 비시장경제를 이슈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시 주석은 2017년 중국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경제’를 국정지표로 천명했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16년 차에 부여받기로 한 ‘시장경제 지위’를 미국·EU 및 일본이 거부하는 상황에서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강조한 것은 국유기업의 역할을 축소하지 않을 것임을 밝힌 것과 진배없다. 중국제조 2025와 일대일로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할 것이다. 설령 미중이 3개월간 관세 부과 유예를 했더라도 그 이후가 낙관적이지 않은 이유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국의 주식시장이 미중 간 휴전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으나 좀 더 긴 안목에서 미중 통상갈등을 지켜봐야 한다. 미중 양국은 이미 장기전에 돌입했고 단기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3개월 휴전을 한 셈이다. 미중 간 통상마찰에 우리나라가 관여할 수도 없고, 미중 통상마찰의 장기화를 기정사실화하고 미중 시장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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