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한국형발사체(누리호)의 엔진 시험발사체 성공에 이어 우리나라가 인공위성에서도 본체를 자체 설계·조립·시험하는 등 국산화에 잰걸음을 보이고 있다. 미국·러시아·유럽·중국·일본·인도 등 우주 강국에 비해 발사체 기술은 걸음마를 뗀 단계이지만 인공위성은 나름 자유롭게 걷는 단계에 도달한 것이다.
‘천리안2A호(정지궤도위성)’는 5일 오전5시40분께(한국시각) 발사돼 동경 128.2도 상공 3만6,000㎞에 자리를 잡고 지구 자전 속도에 맞춰 내년 7월부터 본격적으로 기상관측에 들어간다. 위성 본체는 외국 핵심 부품을 적지 않게 쓰기는 하지만 독자적으로 설계·조립했다. 이번에 우주 기상을 관측하는 탑재체는 미국에서 수입했지만 내년 하반기 발사하는 천리안2B호의 기상·해양관측 탑재체에는 일정 부분 국산 기술이 들어가게 된다.
천리안2A호는 앞으로 한 달쯤 지나 정지궤도에 안착하며 시험기간을 거쳐 내년 여름부터 10년간 태풍 이동경로와 국지성 집중호우 등 정확한 기상정보를 파악하게 된다. 고화질 컬러 영상을 천리안1호보다 4배나 더 선명하게 10분마다 보내오는데 전송속도가 18배나 빨라진다. 기상센서의 채널이 16개로 3배 이상 늘어 태풍·집중호우·폭설·안개·황사 등 52종의 기상정보도 다양하게 측정할 수 있다. 최재동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정지궤도복합위성사업단장은 “그동안 외국과 공동으로 정지궤도위성을 개발해왔지만 천리안2A호는 설계부터 운송·조립·시험까지 모든 과정을 독자적으로 수행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측은 “국지성 집중호우의 발달도 관측해 최소 2시간 전에 탐지할 수 있다”며 “태풍 이동경로의 추적이 정확해지고 태양 흑점 폭발 등 우주 기상정보도 받을 수 있게 된다”고 기대했다. 천리안2A호는 2011년 7월부터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비롯해 한국항공우주산업·AP우주항공·경희대 등이 참여해 개발했다.
천리안2A호는 태풍과 집중호우·폭설·안개 등 기상을 관측하고 천리안2B호는 내후년부터 적조·녹조 등 해양환경과 중국발 미세먼지 등 대기환경을 모니터링하게 된다. 항우연은 천리안2B호의 탑재체 개발에 참여하게 되는데 해양 탑재체는 프랑스 에어버스사와, 환경 탑재체는 미국 BATC사와 각각 함께 만든다.
앞서 항우연은 2010년 기상·해양관측, 통신중계용 첫 정지궤도위성인 천리안1호를 띄워 운용하고 있다. 고도 500~800㎞의 저궤도 위성은 1999년 처음 발사한 뒤 현재 3개를 운용하며 지구관측·국토관리·안보용 등으로 쓰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자체 발사체가 없어 위성을 쏘아 올릴 때마다 외국에 의존해야 했다. 이번 천리안2A호의 경우 유럽 아리안스페이스의 아리안-5 발사체에 실려 남미의 프랑스령 기아나 우주센터에서 발사돼 700억~800억원을 지불해야 한다. 발사비가 ㎏당 2만달러선인데 천리안2A호의 무게는 3,517㎏이다. 클라우디아 호야우 아리안스페이스 커뮤니케이션 총괄은 “발사체에는 한국의 ‘GEO-KOMPSAT-2A(천리안2A)’와 인도의 통신위성 ‘GSAT-11’이 들어 있다”며 “무게가 5.9톤인 인도 위성이 위에, 3.5톤인 천리안2A호가 아래에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천리안2B호도 기아나 우주센터에서 정지궤도를 향해 발사되는데 3.5톤급이라 이때도 700억~800억원을 발사비로 줘야 한다.
우리나라는 오는 2021년에 최근 시험발사에 성공한 추력 75톤급 액체엔진을 4개 묶어 한국형발사체의 핵심인 1단로켓으로 써 발사체 자립을 꾀할 계획이다. 계획대로 순항하면 우리 발사체로 2023년 아리랑위성(1.5톤)급을 쏘아 올리고 2027년에는 민간기업도 로켓과 위성을 개발하는 생태계를 구축하게 된다. 2030년까지 달에 착륙선을 보내고 2031년부터 해외 소형 위성 발사시장에 뛰어들며 2040년에 지구와 화성 사이 소행성을 탐사하는 것도 목표하고 있다.
소형위성1호는 ‘스페이스X’ 탑재
로켓 재활용, 발사비용 크게 줄여
이와 함께 KAIST 인공위성연구소가 개발한 ‘차세대 소형위성 1호(100㎏급)’는 4일 새벽(한국시간) 미국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스페이스X 발사체에 실려 다른 나라 소형위성 63개와 함께 발사돼 정상궤도에 진입했다. 총 324억원이 투입된 차세대 소형위성1호는 2년간 575㎞ 상공에서 태양 폭발에 따른 우주 방사선을 측정하고 별의 적외선 분광을 관측한다. 여러 부품이 우주 환경에서 견디는지도 검증한다.
한편 스페이스X는 이번에 사상 처음으로 1단 추진체(팰컨-9)를 세 번째로 사용했는데 당초 지난달 20일 발사하려다 29일, 12월2일에 이어 3일로 각각 연기했다가 이날 발사에 성공했다. 로켓 재사용은 팰컨-9의 1·2단 추진체 중 핵심인 1단 추진체를 바다의 드론 선박에 안착시켜 회수해 사용하는 것으로 발사비를 크게 줄이는 효과가 있다. 스페이스X는 1단 로켓의 재사용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간다는 방침이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기아나=과기정통부 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