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비엘바이오가 연말 기업공개(IPO)를 하며 주요 주주인 벤처캐피탈(VC)들이 막대한 수익을 올리게 됐다. 초기 투자자로 참여한 벤처캐피탈은 상장 직후 차익 실현보다 회사의 성장을 조금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5일 서울 여의도에서 상장 간담회를 열고 “공모 자금은 연구 설비 투자와 신약 후보 물질 개발에 지출할 것”이라며 “앞으로 다양한 글로벌 대형 제약사와 파트너십을 통해 혁신적인 파이프라인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올해 상장한 바이오 기업 중 가장 큰 규모로 공모를 진행한다. 공모 희망 가격 범위(1만3,000~1만7,000원) 기준 780억~1,020억원 규모 공모로 자금을 조달한다. 예상 시가총액은 공모가 밴드 기준 5,800억~7,580억원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2016년 설립된 이중 항체 전문 개발 바이오 기업이다. 글로벌 최신 바이오 연구개발(R&D) 추세와 같이 하는 바이오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올해 국내 바이오 기업이 해외 제약·바이오 기업을 상대로 한 기술수출 계약은 총 12건, 48억 200만 달러다. 에이비엘바이오는 2건의 계약을 체결했다. 금액은 11억 4,500만 달러로 23.3%, 계약금액은 930만 달러로 6.5%를 차지한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 9월 유한양행(000100)과 총 588억원 규모 기술이전 계약을 한 데 이어 지난달 말에는 미국의 트리거테라퓨틱스와 총 5억9,500만달러(약 6,500억원) 규모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번 공모에 성공하면 초기에 투자한 벤처캐피탈의 펀드 수익률 역시 매우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최대 벤처캐피탈인 한국투자파트너스는 현재 582만주 가량 보유 중인데 공모가 상단 기준 지분 가치만 900억원 규모다. 한국투자파트너스는 2016년과 2017년 각각 60억원, 50억원씩 초기 투자를 진행했으니 불과 2년 만에 9배 안팎의 수익을 본 것이다. DSC인베스트먼트(241520)도 같은 시기 한국투자파트너스와 투자를 진행하며 약 370만주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DSC인베스트먼트의 펀드 수익률 역시 공모가 상단 기준 700%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벤처캐피탈 업계 관계자는 “3년도 안된 시기에 이렇게 높은 수익률을 올린 것은 벤처캐피탈 업계서도 매우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벤처캐피탈의 막대한 차익 물량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상장 이후 한국투자파트너스와 DSC인베스트먼트 등 주요 기관의 유통가능 주식은 1,000만주 이상이다. 상장 후 총 발행 주식 수는 4,458만주로 유통물량의 상당 부분을 벤처캐피탈이 쥐고 있다. 이에 대해 에이비엘바이오 측은 “한국투자파트너스 등 벤처캐피탈은 시장 매도보다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 등 주가에 큰 영향이 없는 방법으로 회수할 방침으로 안다”며 “또한 상장 직후 매각보다 여러 호재를 기다린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에이비엘바이오의 주력 연구 대상인 이중항체는 하나의 단백질이 2개 이상의 서로 다른 부위에 결합하는 항체다. 단일 항체 대비 결합력과 인체 내 안정성이 높고 부작용이 적다. 이 덕분이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기술이전이 활발한 분야기도 하다. 일례로 2015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있었던 주요 이중항체 푸함 면역항암제 기술이전 7건 중 5건이 후보물질 단계에서 계약이 체결됐다. 기술이전 평균 계약규모도 후보물질 단계임에도 평균 3억달러 수준으로 매우 높은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이중항체의 다양한 구조적 결합 특성을 활용해 최초 3개에 불과했던 파이프라인을 지속적으로 확장해 현재 총 23개의 파이프라인을 확보했다.
에이비엘바이오의 공모주식 수는 600만주다. 이달 6~7일까지 수요예측 후 11일과 12일 일반 대상 공모 청약을 진행한다. 상장은 12월19일이다.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