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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도시- 금천구 사회적경제허브센터] 튀지 않게...진회색 벽돌 공공건물, 주택가와 어우러지다

사회적경제허브센터 동측면 전경. 다양한 크기의 창을 내 미학적 가치를 높인 점이 특징이다. /사진제공=디림건축사사무소사회적경제허브센터 동측면 전경. 다양한 크기의 창을 내 미학적 가치를 높인 점이 특징이다. /사진제공=디림건축사사무소



서울시 금천구 시흥2동의 주택가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다 보면 크기가 다른 네모 창들이 아기자기하게 나 있는 4층 규모의 건물을 만나게 된다. 외부 재료로 진회색 벽돌을 사용해 인근에 빽빽하게 들어선 저층 주택들과 조화를 잘 이룬다. 이 건물은 금천구청이 지역경제 선순환을 위해 마을주민과 사회적 경제 입주 기업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금천구 사회적경제허브센터’다.

금천구는 지난 2015년부터 허브센터 건립계획을 수립했고 서울시의 사회적 경제 활성화 공간지원 사업의 지원을 받아 올 5월 준공했다. 주요 서울 자치구가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해 사회적 경제 관련 공간을 확보한 반면 금천구는 구와 사설학원법인(동일학원)이 소유한 대지에 건물을 통째로 신축한 것이 특징이다. 이성준 금천구 사회적경제허브센터장은 “사회적 경제 기업과 마을 커뮤니티가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여론이 조성됐고 이에 금천구청 중심으로 약 3년간 준비한 끝에 건물을 완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금천구 사회적경제허브센터는 인근 주택가와 조화를 이루는 점이 특징이다. /사진제공=디림건축사사무소금천구 사회적경제허브센터는 인근 주택가와 조화를 이루는 점이 특징이다. /사진제공=디림건축사사무소






<인근 주택가 배려, 조화 추구>

필로티로 확보한 공간은 주민통로 사용

휠체어·유모차도 편안하게 오갈 수 있어

사회적경제허브센터는 좁고 긴 삼각형 경사지에 세워졌다. 대지 면적이 작은 편이기 때문에 건물의 폭도 좁다. 협소한 건물에 다수의 방을 배치해야 했기 때문에 ‘무빙월’이나 ‘폴딩도어’ 등을 도입해 실내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설계를 총괄한 김선현 디림건축사사무소 공동대표는 “경사가 심하고 앞뒤로 일 방향의 좁은 도로가 관통하는데다 대지 서쪽에는 2층 높이의 작은 주택이 밀집해 건물을 설계하는 게 쉽지 않았다”며 “다행히 내부 방들이 크지 않고 작게 분절할 수 있어 대지 모양에 맞게 길게 모듈을 쌓아 앉혔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주변 주택가와의 소통을 도모한 점이 돋보인다. 1층의 경우 공유주방과 코어를 제외하고는 모두 비워냈다. 필로티로 확보한 공간은 앞뒤 도로를 관통하는 통로로 사용될 수 있도록 했고 비워진 공간은 주차장과 도로 사이의 경사를 극복하는 완충공간으로 주민들에게 내줬다. 건물이 들어섰지만 오히려 좁고 구불구불한 도심지 주택가 도로를 서로 연결하며 주민들이 편안하게 왕래할 수 있는 보행길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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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환 디림건축 공동대표는 “주택가에 들어선 공공시설이 주민들의 통로를 막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고, 특히 건물 때문에 앞뒤의 보행자 동선이 단절되는 것을 막고 싶었다”며 “1층의 층고를 높이고 넓게 비운 뒤 앞뒤 도로를 연결해 휠체어나 유모차를 끌고도 쉽게 오갈 수 있도록 했다”고 했다.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카페테리아 내부. /사진제공=디림건축사사무소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카페테리아 내부. /사진제공=디림건축사사무소


필로티를 활용해 1층 공간을 비워내 주민들이 보행 통로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사진=한동훈기자필로티를 활용해 1층 공간을 비워내 주민들이 보행 통로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사진=한동훈기자


<주민·사회적기업 위한 공간으로>

공유주방·세미나룸 등 다양한 시설마련

청년 건축사들 디자인 참여해 건물에 활기

서측면의 주택가로는 거의 창을 내지 않아 민원을 차단했다. 대신 동쪽으로는 입주공간마다 다양한 크기의 창을 냈다. 작은 사회적 기업들이 옹기종기 모여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기하학적으로 형상화한 것처럼 보인다. 또 주변 건물들의 스케일에 맞춰 작은 테라스를 중간중간 삽입해 30m에 달하는 건물입면의 부담을 덜어냈다.

외장마감으로는 진회색 벽돌을 사용해 주변 주택가와 조화를 추구했다. 벽돌 크기는 일반벽돌과 달리 가로가 세로보다 2배 이상 길다. 쌓기 방식에서도 가로켜를 강조하기 위해 세로줄눈을 넣지 않았다. 이웃한 주택들에 비해 다소 규모는 크지만 벽돌의 질감 덕분에 위압적인 느낌은 주지 않는다. 반투명창, 벽돌의 질감, 비워진 1층의 공간이 어우러져 전체적으로 건물에 풍부한 표정을 만들어줬다. 이러한 점을 높이 평가받아 사회적경제허브센터는 2018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현재 이곳에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공공과 민간의 모든 시설이 입주해있다. 1층에는 공유주방, 2층에는 세미나룸·카페테리아·스튜디오, 3층에는 사회적경제허브센터 운영사무실과 1인 창업기업이 이용할 수 있는 코워킹 스페이스가 들어서 있다. 1인 창업기업은 월 2만원 수준의 임대료를 내고 코워킹 스페이스를 이용할 수 있다. 4층에는 5개의 사회적경제기업 사무실이 입주한 상태다. 이곳에 들어온 청년건축사들은 직접 내부 인테리어 디자인에 참여하기도 했다. 인근 마을 주민들은 이곳에서 수업을 듣거나 다양한 협업사업 등 커뮤니티 활동을 벌이고 있다. 또 1인 기업을 대상으로 인큐베이팅 및 창업보육 프로그램을 진행해 더 큰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 센터장은 “마을 주민들과 사회적 기업들을 위한 콘셉트가 건축학적으로 구현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금천구 사회적경제가 더욱 활성화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건축문화대상 심사위원들은 “입주한 청년건축사들이 내부 디자인에 참여해 건물에 생기를 불어넣었다”며 “지역 주민과 소상공인·사회적기업 간 상생의 모습을 잘 구현한 점이 눈에 띈다”고 평가했다.

한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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