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총리의 행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최대 약점인 경제문제를 파고들어 차별화하는 전략으로 보인다”며 “현 정부의 취약점을 총리가 보완하는 성격이 있다. 자신만의 리더십을 국민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文 대통령 보완재 역할=그는 막걸리 애호가다. 막걸리 회동은 격의 없이 국정을 논의하겠다는 소통 의지를 보여준다. 최근 이 총리의 삼청동 막걸리 맛을 본 경제인들이 늘고 있다. 이 총리는 지난 4일 중견기업인과 막걸리를 마시며 일자리 투자를 당부한 데 이어 5일에는 경북·구미 지역 경제인 간담회에 참석하는 등 경제인과의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이날 구미시 금오테크노밸리를 찾은 이 총리는 “12월 중 ‘제조업 혁신성장 대책’을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휴대폰과 디스플레이 생산기지가 밖으로 빠져나가면서 시민들의 삶도 고통스럽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외치에 집중하는 것과 대비된 이 총리의 내치 행보라 더욱 눈에 띈다. 이 총리의 행보는 문 대통령의 고민과 맞닿아 있다. 올해 4월27일 판문점에서 1차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된 후 문 대통령은 연말까지 북한의 비핵화를 중심으로 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총력전을 펼쳐왔다.
◇文 정부 지지율 하락에 경제 이미지 부각=고용 등 경제지표들이 미끄러지면서 민심이 싸늘하게 식고 있다. 일부 조사에서는 국정운영 지지율이 50% 아래로 꺾였다. 여론조사 기관의 한 관계자는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은 경제적 어려움”이라고 촌평했다.
일각에서는 2차 북미정상회담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임박하면서 문 대통령이 이 총리에게 경제 분야에서 많은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표심 때문에 노조와 시민단체에 등을 돌릴 수 없는 더불어민주당을 대신해 총리가 거중 조정 역할을 하는 ‘중간자’ 임무를 맡아달라는 것이다. 실제 문 대통령의 이 총리에 대한 신임은 두텁다. 신문기자, 국회의원, 도지사 등 현장 경험이 풍부한 점을 높인 산다고 한다. 7월 이 총리의 아프리카 순방 때는 대통령 전용기까지 내주는 등 전폭적인 신뢰를 보였다.
◇차기 대권을 위한 포석?=정치권에서는 이원집정부제 총리를 보는 것 같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돈다. 특히 지난달 9일 단행된 개각 때 이 총리 추천으로 이뤄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인사는 실세 총리의 위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대통령이 내각 인사를 단행하면서 총리 천거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파격이다. 한편에서는 이 총리의 경제 행보가 차기 대권을 향한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 총리는 책임총리제를 실현한다는 명분으로 맡은 바 역할을 다한다고 볼 수 있지만 최근 그의 행보는 이전 총리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외연이 넓다. 차기 대권을 논의하는 것은 다소 이른 감이 있지만 여론은 이 총리를 강력한 대선주자로 꼽는다. 리얼미터가 4일 발표한 첫 여야 통합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 총리가 15.1%로 1위를 차지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 총리는 지금은 차기 대권에 관심 없다고 하지만 언론인 출신으로 민심을 읽는 눈이 뛰어나다”며 “일자리 등 경제문제는 민심의 가장 큰 관심사인 만큼 이를 해결할 수 있다면 차기 대권 주자로서 입지를 확실히 굳힐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박우인·송종호·이현종기자 wi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