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K TV가 필요한가?” 8K TV 보급을 두고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있는 가운데 서울대 인지과학연구소장인 이경민(사진) 교수가 “8K 화질은 뇌가 현실로 착각하게 만드는 수준”이라며 8K TV 보급에 긍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이 교수는 5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본다’는 것은 눈과 뇌의 협동을 의미한다”면서 “8K 화질은 현실을 디스플레이로 보여주는 과정에서 4K보다 더 많은 정보를 담아 큰 차이를 느끼게 한다”고 설명했다. 화질은 시각만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 뇌로 전달되는 정보의 양과 비례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망막에 맺힌 상(像)이 시신경을 거쳐 뇌로 전달되는 과정을 통해 사물을 인식한다. 열차가 지나갈 경우 눈은 열차의 모양이나 색 등 시각적 특징만을 파악한다. 하지만 뇌는 이동 궤적 같은 시공간적 특성도 함께 고려해 더 많은 정보를 처리한다. 이 교수는 “이런 원리는 디스플레이로 콘텐츠를 볼 때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면서 “해상도가 낮을수록 정보들이 소실되거나 왜곡돼 현실감이 떨어지고 사용자의 피로감을 높인다”고 말했다.
우리의 뇌는 소실된 정보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8K 고해상도 디스플레이에서는 이러한 정보 왜곡을 최대한 줄여 실제 환경과 유사한 시청 경험을 선사한다”면서 “뇌의 정보처리 부담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신 스토리의 묘사와 그 경험을 즐기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할 수 있어 편안하면서도 생생한 몰입감을 즐길 수 있게 한다”고 덧붙였다.
8K는 4K보다 4배 이상 선명한 현존 최고 화질로 평가받는다. 촬영 기술이 발달하고 60인치 이상 초대형 TV가 급증하면서 8K 화질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 3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우주 연구원들의 일상을 담은 최초의 8K 영상을 공식 유튜브 계정에 공개해 화제가 됐다. 일본에서는 이달 초부터 세계 최초로 8K 지상파 방송이 시작됐다. IHS마킷에 따르면 8K TV 판매 대수는 내년 43만대에서 2022년 541만6,000대로 가파르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