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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일본 화가들 조선을 그리다] 한국 근대미술사 속 '일본색'

■황정수 지음, 이숲 펴냄




일제강점기 한국에 머물던 일본인 모두가 약탈자는 아니었다. 그중에는 한국을 사랑한 일본인 화가들도 있었다. 가토 쇼린(加藤松林)은 평생 한국을 소재로 한 작품만 그렸다. 해방 후 일본에 돌아가서도 한국을 그렸고 한일 간 우호를 위해 애썼다. 한일 국교 회복 이전인 1963년에는 처음으로 한국 정부의 초대를 받아 방한한 일본인도 바로 그였다. 원산에서 사진관을 운영한 도쿠다 교쿠류(德田玉龍)는 평생 금강산만을 그린 화가다. 금강산을 너무도 사랑해 금강산 옥룡굴로 들어가 3년간을 숙식하며 그곳 풍경만 그렸을 정도다.


스스로를 미술애호가라 부르는 미술사 연구자 황정수 씨가 일제 강점기 한국 미술계를 주도한 일본인 화가들을 조사, 연구해 책을 출간했다. 조선총독부 통치에 협력하러 내한한 일본인 미술교사들부터 다양한 계기로 한국에 온 일본 화가들, 여행하러 왔다가 눌러앉은 화가까지 총망라했고 식민지 한국에서 화가로 활동하러 내한한 화가들까지 다양한 사례를 총망라했고 80여 점의 도판이 새롭게 발굴돼 처음 공개됐다. 내용의 깊이나 책의 두께가 학술서임을 부인할 수 없지만 근대기 일본인들의 눈에 비친 조선의 남다른 낭만과 운치가 넘쳐난다. 빨래터의 아낙, 시장 풍경 등 미술 작품을 통해 당시 현실을 재구성하는 것도 큰 재미이자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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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하고 싶어도 부정할 수 없는 게 역사다. 아마도 한국사에서는 일제시대가 그랬을 것이고 근대미술사에서는 일본의 영향이 그렇다. 근대 한국에 유입된 서양미술은 일본을 거쳤고,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화가인 고희동을 비롯해 김환기·이중섭·천경자 등 거장 대부분은 일본 유학파 출신이었다. 한·일 미술교류를 파고든 이 책은 한국 근대미술사가 잃어버린 퍼즐 한 조각인 셈이다. 5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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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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