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김 부의장이 정부 출범 직후부터 경제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계속하고 있다. 자신이 제시한 방향과 달리 정책이 추진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신청 석 달 만인 8월에 이뤄진 대통령과의 단독면담에서 김 부의장은 “소득주도 성장에만 매몰돼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두 달 뒤에는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주재하고 정책속도 조절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속속 드러난 부작용을 아랑곳하지 않고 정책을 강행하면서 고용·성장률 등 각종 경제지표가 악화하자 “경제위기 조짐이 어른거리는데 청와대와 정부는 전혀 위기의식이 보이지 않는다”며 거세게 비판했다. 지난달에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 결정구조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청와대를 향해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이렇게 쓴소리를 쏟아냈는데도 소득주도 성장을 중심으로 한 정부의 정책 기조는 여전하다.
오죽 답답했으면 J노믹스 설계자가 사표 낼 생각을 했겠는가. 경제정책 설계자의 책임감으로 애정 어린 쓴소리를 해왔지만 전혀 반영되지 않자 자신이 역할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 같은 정책을 밀어붙이면 한국 경제에 희망이 없다고 본 것이다. 김 부의장이 느꼈을 무력감과 안타까움은 충분히 짐작할 만하다. 무엇보다 김 부의장은 그동안 일방통행식 정책에 쓴소리를 하던 몇 안 되는 정부 내 인사다.
그런 김 부의장이 물러난다면 정책 견제장치가 무력화될 수 있어 걱정스럽다. 이런 상황은 현 정부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청와대는 김 부의장의 사의를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빚어지고 있는 혼란을 최소화하려면 내부의 합리적인 대안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