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민간기부 대학기숙사 지지부진] 지역주민·임대업자 반대에 5,000호 목표 첫삽도 못떠

문재인 정부가 대학 기숙사 수용인원을 최대 5만 명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설립계획을 세운 기숙사조차 공사가 지지부진하다. 정부는 목표치 중 5,000호를 민간기부를 받아 추가 공급할 예정이지만 지역마다 임대업자와 지방자치단체 반대가 심해 첫 삽도 못 뜨는 형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 성동구 행당동 연합기숙사다. 오는 2020년 개관이 목표였지만 실제론 임대업자들 반대가 심해 사업이 한발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반대측이 내건 명분은 ‘조망권 침해’지만 사실상 대학가에서 학생들에게 원룸을 빌려주던 임대업자들이 타격을 입는다는 이유다. 연합기숙사가 잠정 책정한 기숙사비는 월 10∼15만 원 선으로, 인근 원룸의 절반 가격이다.


구민 여론이 나빠지자 지방자치단체도 등을 돌린 상태다. 성동구청은 주민들을 설득하기보다는 장학재단이 요청한 지질조사나 주민설명회마저도 줄줄이 퇴짜를 놨다. 한국장학재단 관계자는 “기숙사 건물 높이를 15층에서 10층으로 낮춰 조망권을 보장했고 주민들에게 편의시설도 개방하기로 했지만 구청은 미온적인 입장”이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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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학진흥재단이 지난해 서울 성북구 동소문동에 지으려던 ‘행복기숙사’도 성북구청 허가를 받은 지 1년이 지나도록 허허벌판으로 남겨져 있다.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일조권 침해에 따른 집값 하락과 대학생 인구 증가를 꺼려 지자체와 대화조차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학재단은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15억 원을 더 들여 층수를 11층에서 9층으로 조정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주민들은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역갈등을 피해 기숙사를 도시 외각에 짓기도 한다. 한국장학재단이 경기도 고양시에 지은 연합기숙사는 지난 2015년 착공 당시 주변 상권조차 형성되지 않은 탓에 곧바로 착공했다. 그러나 생활편의시설이 적고 30분 이상 대중교통을 타고 통학해야 해 기숙사로서의 장점이 부족하다. 비수도권 지역 저소득층 학생들을 대상으로 연 1,000명 규모의 고양시 기숙사는 지난달 기준 약 50여 명이 비어있는 상태다. 남진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국내 대학생들의 실질 가처분소득이 80만 원인데 주변 임대료는 평균 40만 원 선이라 주택임대료비율(RIR)이 50%가 넘는다”며 “하우스푸어에 가까운 수준인데 이걸 지역 이기주의로 반대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임대업자가 내 놓은 방에 반값 바우처를 제공하거나 대학과 연결된 지하철역 인근 주택을 활용하는 등 다양한 대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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