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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말랑하고 정의로운 영혼을 위한 헌법수업]저항의 기록이자 미래의 청사진, 헌법

■신주영 지음, 푸른들녘 펴냄

‘말랑하고 정의로운 영혼을 위한 헌법수업’ 신주영 지음 푸른들녘 324쪽 | 1만4,000원‘말랑하고 정의로운 영혼을 위한 헌법수업’ 신주영 지음 푸른들녘 324쪽 | 1만4,000원



프랑스를 대표하는 법인 헌법, 헌법에서도 맨 앞에 위치한 ‘전문’에는 “프랑스 국민은 1789년 인권선언에서 정의되고 1946년 헌법 전문에서 확인 및 보완된 인권과 국민주권의 원리, 그리고 2004년 환경 헌장에 정의된 권리와 의무를 준수할 것을 엄숙히 선언한다”고 명시돼 있다. 프랑스 헌법은 1789년 프랑스 혁명의 정신인 ‘인권’, ‘민주주의 원리’와 함께 이례적으로 ‘환경권’을 헌법 전문에 담았다.

그런 프랑스가 요즘 시끄럽다. 일명 ‘노란조끼’ 때문이다. ‘노란조끼 운동’은 마크롱 정부가 “환경오염을 방지한다”며 “경유 유류세 23%, 휘발유 유류세 15%를 올리겠다”고 밝히자, 파리 외곽에서 자동차로 통근하는 대다수 저소득층이 크게 반발했다. 마크롱 정부가 고소득층에게 적용되는 부유세와 자본소득세는 대폭 감세해 반발이 더 컸다. (혁명의 직접적 원인은 많은 경우 ‘세금’이 문제였다.)


일부 프랑스 시민들은 “마카롱 대통령이 헌법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주장했고, 미셸 피네츠 파리1대학 명예교수는 “헌법에는 권력자가 민중의 말을 듣지 않을 때 반란의 권리를 분명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적으로 큰 갈등이 있을 때 사람들은 ‘헌법’을 얘기한다. 법은 사람들이 살면서 꼭 지켜야 할 규칙이고, 헌법은 법 중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법이기 때문이다.

헌법은 공기와 같아서 평소엔 잊고 지낸다. 그러다 큰 일이 있을 때 부랴부랴 헌법을 찾는 경우가 많다.


공기처럼 잊고 지내지만 공기만 중요한 그래서 평소에 알아두면 좋을 헌법을 청소년 눈높이에서 알기 쉽게 풀어 쓴 책이 나왔다. 제목은 ‘말랑하고 정의로운 영혼을 위한 헌법수업’, 글쓴이는 20년차 변호사이자, 세빈·이건·이연·이준 등 네 자녀의 엄마인 신주영 법무법인 대화 변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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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변호사는 아직 세상 경험이 많지 않은 청소년을 위해 토르: 라그나로크, 미션 임파서블, 쉰들러 리스트 등 영화와 홍길동전, 심청전, 레미제라블 등 잘 아는 얘기 속에서 헌법의 원리를 끄집어내 눈 앞에 펼쳐 보인다.

신 변호사는 “헌법은 자유와 평화를 위한 기록, 세상의 의로움을 지키는 근본 가치가 담겨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가장 귀한 유산은 우리가 자주 독립국으로 자유민주주의 헌법을 가진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 사실”이라며 “자주 독립국가가 아니거나 자유민주주의국가가 아니라면 행복의 필수조건인 자기주도적인 삶이 불가능하거나 제한된다”고 강조한다. 다만 저자는 헌법의 큰 의미를 말로 풀지 않고 역사적 인물과 사건 등을 통해 보여준다. 조국과 운명을 같이 했던 이위종, 부자로 태어났지만 모든 것을 독립운동에 바친 이회영, 목숨을 걸고 무인도를 발견했지만 뉴질랜드로 내어주고 만 하와이키 부족 등의 얘기 속에서 헌법의 의미를 설명했다.

신 변호사는 “헌법은 저항의 기록인 동시에 미래의 청사진”이라고 강조한다. 대한민국의 역사와 미래가 담긴 헌법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으로 시작되는 전문과 제1장 총강, 제2장 국민의 권리와 의무 등 10개의 장으로 구성됐다. 제1장은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로 시작해서 제9조에 이르기까지 국민, 영토, 통일 정책, 침략적 전쟁 부인, 복수정당제 등 정치적 기본 질서를 담았다. 제2장은 ‘국민의 권리와 의무’라는 제목 아래 제10조부터 제39조까지 인간의 존엄과 가치, 법 앞의 평등, 신체의 자유,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 재산권 보장, 참정권, 청원할 권리 등을 규정했다. 제3장부터는 국회, 대통령, 행정부, 법원, 헌법재판소, 선거 관리, 지방자치 등 통치 기구의 조직과 운영에 대해 명시돼 있다.

신 변호사는 “이 책을 통해 청소년들이 헌법이 추상적인 법이 아니라 공기처럼 친숙한 존재고, 우리 곁에서 나 개인과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세상의 의로움을 지키는 근본가치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다”며 “더 나아가 사회를 더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데 헌법이 중요한 실체라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저자는 2010년 법조인들의 얘기와 법정 경험을 담은 ‘법정의 고수’, 초등학생을 위한 법 동화 ‘세빈아, 오늘은 어떤 법을 만났니’에 이어 이번에 청소년을 위한 책을 냈다. 1만4,000원

우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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