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여명] 김정은, 서울 오려거든 제대로 해야

오현환 여론독자부장

北 개혁개방 땐 고속성장 확실

핵·미사일 미련두다간 못이뤄

서울 찾아 핵포기 확고히 하고

과거사 사과로 화합계기 마련을

여론독자부 오현환 부장.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함께 세계 3대 투자자로 꼽히는 짐 로저스는 이미 지난 2015년 북한에 전 재산을 투자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2016년에는 북한 화폐와 채권에 투자했고 한국의 관련 기업에도 투자했다고도 밝혔다. 그는 특히 북한이 개방된다면 한반도는 적어도 20년간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지역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북한의 풍부한 인력과 천연자원, 한국의 지식과 자본·노하우가 결합하면 엄청난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얘기다. 게다가 중국은 동북지방 개발, 러시아는 극동지역 개발이, 남한은 대륙을 통한 유라시아 진출이 북한의 개방과 밀접히 연결돼 개혁개방만 한다면 급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갖췄다.

국가의 부를 획기적으로 늘려온 산업혁명의 물결은 영국에서 시작돼 독일과 유럽, 그리고 미국·일본·남한에 이어 중국·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인도로 흘러가고 있다. 산업혁명의 핵심이 무엇인가. 수출중심의 상품 고도화다. 올해 국제통화기금(IMF) 연구진은 1962~2014년 182개국의 데이터를 이용해 경제성장의 원인을 규명한 보고서에서 이같이 발표했다. 성장의 결정적 요인은 수출고도화(export sophistication)였다.

북한의 경제발전도 이를 통해 가능할 것이다. 수출 중심의 경제발전이 가능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핵무기를 버리고 개혁개방을 해야 한다. 남한은 수많은 도발을 해온 북한에 핵무기를 용인해줄 수가 없다. 특히 무소불위의 세계 최강국인 미국도 자국에 핵폭탄이 떨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용인할 수 없다. 국제사회도 핵의 도미노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북한의 핵을 용인할 수가 없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베트남처럼 북한의 경제개발을 진심으로 원한다면 과감하게 핵을 내려놓아야 한다. 남한을 포함한 서방세계는 제재 해제는 물론 경제개발을 지원할 준비를 모두 갖췄다.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소문으로 남한사회가 떠들썩하다.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서 가까운 시일 내에 답방을 약속했고 핵을 둘러싼 북미회담이 교착상태에 놓여 실마리를 풀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판문점회담 결과를 발표하면서 가까운 시일 안에 서울 답방을 하겠다고 발표했고 특히 문 대통령은 여기서 가까운 시일이란 늦어도 올해 안이라고 구체적으로 발표했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의 답방은 이르면 아버지 김정일 기일(12월17일) 직후나 늦어도 연초에는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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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지도자의 남한 방문은 분단 후 처음 있는 일이 될 것이다. 통일과 화해를 위해 당연히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일본과의 사이처럼 남북 간에도 잊혀질 수 없는 수많은 상처가 남아 있다. 무엇보다 6·25전쟁의 상처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이산가족이 됐다. 남한 측의 발표에 따르면 남한 민간인이 24만명, 한국군 14만명, 유엔군 3만5,000명이 죽었고 전쟁으로 인한 이산가족은 1,000만명에 이른다. 한때 북침 논란이 있었지만 소련 등의 당시 외교문서가 공개되면서 준비된 남침이었다는 것은 이미 국제적으로 공인됐다. 전후에도 KAL기 폭파, 대통령 피격시도, 천안함,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도발은 끊이지 않았다. 남한 국민들은 대일본 관계처럼 사과를 원한다. 아이들도 싸우다 화해할 때는 서로 사과한다. 최소한 국립묘지를 방문해 운명을 달리하신 분들에 대한 헌화라도 해야 한다는 게 일반 국민들의 심경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통일연구센터장은 “6·25는 몰라도 최소한 김 위원장의 승계과정에서 관련된 천안함이나 연평도 포격과 관련해서는 사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수층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답방이 성사되지 않을 것으로 비관한다. 핵무기는 선대의 유훈이기 때문에 절대 없애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주장해 남한이나 남한 후방에서 미군의 핵을 제거하지 않는 한 없애지 않겠다는 의미로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과의 협상에서는 핵 동결과 장거리 미사일을 없애는 수준에서 마무리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그럴 경우 북한이 원하는 경제개발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한국은 물론 중국도 일본도 북한 핵을 용인할 수 없고 이는 도미노 핵 개발을 유도할 뿐이다.

연말연시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실현되고 화해 액션으로 통일의 지평을 넓히고 1·2차 세계대전 이전의 정글로 회귀하는 강대국들의 대립도 누그러뜨릴 수 있는 따뜻한 소식을 기대한다. /hhoh@sedaily.com

오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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