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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교보생명 IPO 공식 추진, 사모펀드 달래기 통할까

이사회, 자본확충 위한 IPO 추진 결정

재무적투자자, 풋옵션 행사 강행 방침

신창재 회장, 어떤 묘수 찾을지 관심

교보생명이 1일 이사회를 열고 내년 중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IPO를 통해 바뀌는 회계기준에 대응해 선제적으로 자본을 확충하고 재무적 투자자(FI)들의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돕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FI들은 교보생명의 이런 방침에도 불구하고 신창재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풋옵션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FI들이 마음을 바꾸지 않으면 IPO 자체를 진행하기 어렵다. 설사 FI들의 IPO 동의를 이끌어 내더라도 증시 부진에 따라 IPO 시장에서 제대로 된 몸값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교보생명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교보생명이 수 많은 난제(難題)를 어떻게 풀어갈지 관심이다.

◇교보생명, IPO 추진 배경은=교보생명은 국제회계기준(IFRS17), 신지급여력제도(K-ICS)가 도입될 경우 수 조원의 자본확충이 필요하다. 현재 교보생명은 총자산이 107조원으로 RBC 비율이 292% 수준이지만 제도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자본을 확충이 시급한 상황이다. 교보증권(030610)은 지난 8월 크레디트스위스(CS), NH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해 IPO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 9월 임시 이사회에서도 IPO를 논의했지만 의결은 보류했다. 교보생명은 이번 정기 이사회를 통해 내년에 IPO를 추진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다만 내년부터 상장을 추진하되 시장 여건을 고려해 내후년 이후로 연기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정감사인 감사, 상장 예비심사 등 절차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FI의 풋옵션 행사 강행=지난 10월 말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IMM프라이빗에쿼티(PE), 베어링PEA, 싱가포르투자청(GIC) 등 교보생명 지분 24%를 보유한 FI들은 신 회장을 상대로 풋옵션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FI들은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하던 교보생명 지분 24%를 1조2,054억원에 인수하면서 2015년 9월까지 IPO가 이뤄지지 않으면 신 회장을 상대로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조항을 계약서에 포함 시켰다. FI들은 3년이 지나도록 IPO가 이뤄지지 않자 풋옵션을 행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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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들이 제시한 지분 24%의 가치는 약 2조원 수준. 신 회장은 이달 말까지 2조원을 주고 지분을 되사지 않으면 법적으로 채무 불이행 상태가 된다. 교보생명이 IPO에 서두르는 또 다른 이유다. 교보생명은 배당금 지급 확대 등을 제시하며 FI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FI들은 “너무 늦었다”며 풋옵션 행사를 철회하지 않겠다며 버티고 있다. 사모펀드의 한 관계자는 “좋은 시점에 교보생명이 상장하는 것이 중요할 것” 이라면서도 “배당을 더 받고 풋옵션을 철회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상장까지는 산 넘어 산=교보생명이 상장을 추진한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저금리가 기조가 지속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2022년 회계기준 변경 등에 대한 우려 때문에 저평가돼 있는 상황이다. 교보생명이 상장 시점을 내년으로 정했지만 사실상 내후년까지도 연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도 이 때문이다. 교보생명의 시장가치는 4조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생명보험사 가치를 평가하는 지표인 주가순자산비율(PBR)은 2년 전 0.8배 수준에서 최근 0.5배 수준까지 떨어져 교보생명의 시장가치도 급락했다.

특히 내년에 교보생명이 상장하기 위해서는 상반기부터 당장 해외 기업설명회(IR)에 나서야 한다. 그러나 자본시장에서는 교보생명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이사회에서는 시장 여건에 따라 교보생명의 상장을 2020년 이후로 연기하는 방안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교보생명이 상장을 위해서는 K-ICS 도입에 따라 추가 자본 부담금 등 내부 자료를 공개해야 하는데 사실상 쉽지 않을 것”이라며 “신 회장이 보유한 교보생명 주식가치가 낮아 풋옵션 가격도 제대로 맞춰줄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박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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