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11일 강릉선 KTX 열차 탈선사고와 관련한 긴급 현안질의를 위해 열린 전체회의에서 의사일정 조율 문제로 여야 간 공방을 벌였다. 이날 오전에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의원들 간 고성과 막말, 말싸움이 난무하면서 현안질의는 이뤄지지 못했다.
민주당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오전 국무회의 때문에 참석하지 못하는 상황 등을 고려해 오후 2시에 회의를 열자는 입장이었던 반면, 한국당은 사안이 긴급하고 오후에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가 있는 점 등을 감안해 오전 10시부터 회의를 하자고 주장했다. 전날부터 협의를 진행했지만 국토위 여야 간사가 회의 일정 합의에 실패하자, 이날 오전 11시 회의를 소집한 한국당 소속 박순자 국토위원장은 한국당 의원들만 참석한 상황에서 개의를 선언했다.
그러자 윤관석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이 회의장에 입장해 “박 위원장이 일방적인 의사 진행을 한다”고 항의하며 정회를 요구했다. 이에 박 위원장과 한국당 의원들은 “정당한 의사 진행”이라고 맞서며 회의를 계속 진행할 것을 주장해 말싸움이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박홍근 민주당 의원이 “한국당만을 위한 국회인가. 횡포다. 위원장이 독선적으로 회의를 운영한다. 완장을 찼나”라고 비난하자, 박 위원장이 “뭐 하는 추태인가. 어디 싸구려 말을 하나. 국회에서 선출된 상임위원장에게 완장을 찼다니 국회를 무시하나”라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또 송석준 한국당 의원이 항의하는 민주당 의원들에게 “깡패집단이에요?”라고 묻고, 민주당 의원들이 사과를 요구하는 등 여야 의원들이 10분 가까이 한데 뒤엉켜 말싸움을 했다. 그러자 일부 의원들이 “국민 보기 부끄럽다”, “국민이 이 모습을 보면 뭐라고 하겠나”, “이런 게 국회 불신의 원인”이라며 동료의원들을 말렸다.
게다가 바른미래당 간사인 이혜훈 의원은 긴급 현안질의 개최를 위한 의사일정 협의 과정에서 배제된 점을 문제 삼기도 했다. 이에 박 위원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에 나서며 책임 소재를 따지는 언쟁도 발생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긴급 현안질의를 한 시간가량 앞두고 오영식 코레일 사장이 사퇴를 발표한 것에 대해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공세에 나섰다. 사퇴 의사를 밝힌 오 사장의 출석 문제를 놓고도 여야 간 공방이 한동안 이어졌다. 한국당은 김현미 장관이 오전에 회의에 나오지 않은 점도 지적했지만, 박 위원장은 “김 장관은 세종시 국무회의에서 철도 사고에 대한 업무보고가 있어서 오후에 출석하기로 양해가 됐다”고 밝혔다.
결국 국토위는 오전에 현안질의를 하지 못한 채 정회했다. 대신 오후 2시에 회의를 다시 열고 오영식 사장 대신 정인수 코레일 부사장을 상대로 현안질의를 했다. 정 부사장은 현황 보고에 앞서 “국민께 고개 숙여 진심으로 사과 말씀을 올린다”며 “질타를 겸허히 받아들여 국민이 믿고 이용할 수 있는 철도로 환골탈태하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이다원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