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의 2인자 윤종하(56·사진) 부회장이 개인 자격으로 국내 바이오벤처 투자를 이어가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보수적이기로 소문난 MBK의 투자 문화에도 변화가 시작될지 주목된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윤 부회장은 최근 줄기세포 개발업체 스템랩(258540)이 진행한 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총 6만2,500주(주당 1만6,000원)를 받았다. 10억원 규모다. 스템랩은 이번 증자로 총 11억6,000만원의 운영자금을 조달했는데 사실상 대부분을 윤 부회장이 낸 셈이다.
윤 부회장은 스템랩 창업 초기부터 꾸준히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스템랩의 외부감사 보고서가 확인되는 2015년에도 이미 지분 5.2%를 보유해 5% 이상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4월 3자 배정 유증에도 9억9,000만원을 들여 총 5만5,555주(주당 1만8,000원)를 받았다. 증자에 적극 참여한 덕에 윤 부회장의 스템랩 지분율은 10.4%로 4대 주주에 올랐다. 지분율은 오동훈 스템랩 대표(7.96%)보다 많다.
2011년 7월 설립된 스템랩은 줄기세포 중 하나인 ‘역분화 줄기세포’ 기술을 활용해 신경질환에 사용될 신경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과 생산, 세포배양액을 활용한 발모 및 피부재생물질 제품 등을 개발·생산한다. 골밀도 측정기 등 전자 의료기기 제조 및 판매업도 하고 있다. 2016년 코넥스에 상장하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스템랩의 실적은 썩 양호한 편은 아니다. 지난해 기준 매출 13억원, 영업손실 41억원을 기록했다. 2015년(매출 17억원, 영업손실 18억원) 보다 매출은 줄고 손실은 커졌다.
윤 부회장 역시 독보적인 기술력을 믿고 베팅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템랩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줄기세포는 △성체 줄기세포△배아줄기세포△역분화 줄기세포로 나뉜다. 현재 식약처로부터 품목 허가를 받고 상업적으로 판매되는 제품들은 대부분 성체줄기세포에서 유래됐다. 안정적이지만 치료 효능과 치료 가능 질환에 제한이 있고 시장 확장성도 낮은 편이다. 배아줄기세포는 안정성이 입증되지 않았고 난자확보가 필수적이라 생명 윤리적 약점이 있다.
스템랩이 강점을 갖는 역분화 줄기세포는 체세포로부터 치료 효능을 가진 세포를 얻어 윤리적인 문제에서 자유롭다. 치료 효능을 갖는 세포로 역분화하는 과정도 단순해 효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윤 부회장이 2015년 사외이사에 등재된 것을 보면 대표와의 친분에서 관심을 갖다 기술력을 보고 투자를 늘렸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윤 부회장이 사업 초기부터 투자했다면 코넥스 상장으로 수억원대의 지분 평가차액을 남긴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투자 심사의 달인 중 하나인 윤 부회장이 바이오에 배팅한 점을 주목하고 있다. 바이오는 벤처캐피탈 등 소액 투자자들 위주의 시장이었다. 윤 부회장이 몸담고 있는 MBK 역시 보수적인 투자 문화로 전통 산업 위주로 투자한다. 실제로 윤 부회장은 “바이오는 잘 몰라 투자 안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바이오 산업에 관심이 커진 만큼 향후 투자를 확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윤 대표는 미국 조지타운대를 졸업하고 하버드대와 시카고대에서 석사(공공정책학)와 박사(경제학) 학위를 받았다. 한때 한국개발연구원(KDI)에 근무하기도 했다. 2005년 김병주 회장과 함께 MBK파트너스를 세웠다. /강도원·박호현기자 theo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