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이인복(62) 전 대법관을 지난 9일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수사에서 전직 대법관이 검찰에 출석한 것은 이 전 대법관이 4번째다.
11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지난 9일 이 전 대법관을 비공개로 소환해 조사했다. 앞서 이 전 대법관은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할 필요성이 없다고 본다”며 출석을 거부해왔다.
이 전 대법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겸임하던 2014년 12월 옛 통합진보당 재산의 국고귀속 소송 처리방안을 담은 법원행정처 내부문건을 중앙선관위 직원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통진당 재산을 신속히 환수하려는 청와대의 뜻에 따라 ‘모범답안’을 만들어 소송 당사자인 중앙선관위와 결정을 내릴 법원에 제시하는 방식으로 재판을 사실상 기획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 대법관은 이에 대해 해당 문건이 기밀문서가 아니고 선관위에 단순히 참고용으로 전달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밖에 이 전 대법관을 상대로 지난해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법원이 자체조사할 당시의 진행 상황도 캐물었다. 이 전 대법관이 위원장을 맡은 대법원 진상조사위원회는 지난해 4월 이 의혹이 사실무근이라고 발표했지만, 최근 검찰 수사에서 의혹을 뒷받침하는 문건이 발견돼 부실조사 내지 조사결과 은폐 논란이 일었다. 이 전 대법관은 검찰 조사에서 당시 조사위원회가 법관 인사 불이익 관련 문건 자료를 제출받지 못한 것일 뿐 문건을 알고도 덮은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