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을 지원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은 올해 11월13일 5년 한시법으로 부활했다. 최초 제정된 지난 2001년부터 다섯 차례나 실효와 연장이 반복되는 셈인데 현 경제·산업여건을 고려하면 보다 근본적 해법을 마련할 때가 아닌가 싶다.
최근 저성장과 글로벌 경쟁 심화로 주력산업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선제적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한국은행의 최신 금융안정보고에 따르면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2년 이상 연속 한계기업(즉 4년 이상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이 전체 한계기업의 69%나 되고 7년 연속 한계기업은 2년 이상 연속 한계기업 중 23%로 기업부실이 만성화되고 있다.
그런데 현행 기업구조조정제도가 부실예방과 경쟁력 제고, 나아가 생태계 혁신에 기여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필자가 기촉법 제정 이후 워크아웃 선정 및 졸업기업 재무성과를 살펴보니 재무안정성은 소폭 개선 징후를 보이나 영업이익률 등 수익성 지표는 뚜렷한 호전 양상이 없어 구조조정을 통한 사업경쟁력 개선 여부는 불확실했다. 유사 선행연구를 살펴봐도 비슷하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업부실은 대외여건 악화에 따른 일시적 어려움보다 주력산업의 구조적 문제와 얽혀 있어 개별기업 구조조정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
구조조정제도의 주된 문제점으로는 사후처리 위주 운용에 따른 선제적 대응체계 미흡을 우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신용위험평가가 적확하며 시의성 있는 부실징후 정보를 제공하는지, 재무위험 외 산업·사업위험이 평가에 충실히 반영되는지 의문이라는 비판이 많다. 또한 불확실한 경영여건하에 정상기업(A·B등급)의 선제적 사업재편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으나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대기업 특혜소지를 차단하기 위해 과잉공급 업종으로 지원대상을 한정하다 보니 업종제한으로 기대효과가 반감된다는 우려가 많다. 또한 주된 사업재편 사례가 주력사업 정리 이후 신사업에 진출하는 것이어서 우수기업의 업종 전환이 확산되면서 기존 생태계 저변의 약화 가능성도 존재한다.
‘기촉법’ 다시 부활했지만●실효성은 의문
사후처리 위주 운용 머물러 부실예방 효과 미흡
채권회수만 골몰해 장기 사업경쟁력 훼손되기도
대중기·사업재편 유형 나눠 지원 차별화를
전문인력 투입해 사업 혁신 효과적 해법 찾고
정책 연계 등 내실 다져 기업 자발적 참여 유도
자본시장을 활용한 구조조정도 효과적인 수단이기는 하지만 국내에서는 운용 규제, 여건 미성숙 등으로 더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사모펀드 운용사는 투자자 다변화를 통해 높은 연기금 의존도를 낮추고 피인수 기업에 대한 가치제고 역량 강화를 통한 질적 성장이 긴요하다.
채권금융기관과 법원이 채무조정에 집중하면서 기업 본원경쟁력 제고에 소홀하다는 비판도 있다. 최근 구조조정의 성패는 사업경쟁력에 좌우되는데 채권회수 극대화를 우선시하는 채권금융기관과 법원이 자산매각 등 다운사이징 위주의 구조조정에 집중하면 오히려 장기 사업경쟁력이 훼손되기도 한다. 또한 전문역량 부족으로 구조조정 기업의 사업구조 혁신에 대한 효과적 해법을 찾는 데도 한계가 있다.
생태계 강건화 관점에서 산업정책과 구조조정 제도 간 연계가 약하고 중소기업 구조조정 지원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대기업 주도의 주력산업 육성정책은 빠른 산업화에 기여한 반면 불균형적 산업구조 고착화로 대기업 부실화가 생태계 전반의 위기로 전이·확산되고 있다. 산업정책과 구조조정제도가 상호 유기적으로 작동하도록 설계돼야 강건한 생태계 구축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생태계 비중, 고용 규모 등을 감안하면 중소기업 구조조정 지원은 더욱 확대돼야 하는데 실질적 도움을 줄 만한 구조조정 및 경쟁력 지원 프로그램이 부족한 실정이다. 중소기업은 자체역량 부족으로 사업진단이나 진로 컨설팅 수요가 많은데 정부지원 규모와 내용상 한계가 지적되고 있다.
그렇다면 기업구조조정의 바람직한 방향은 무엇일까.
구조조정제도 혁신의 관건은 선제 대응체계 강화와 생태계 차원의 통합 구조조정 방안 마련이다. 자본시장 등 민간 주도 구조조정 시장 활성화, 기활법 지원 확대와 사업재편 유형별 지원 차별화로 기업의 자발적 구조조정 참여를 유도하는 한편 산업경쟁력 강화 방안 수립 등 구조조정 프로세스 전반에 민간 참여를 확대하면서 사업재편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아울러 주채무계열제도 재정비를 통해 기업집단 부실을 효과적으로 제어하고 중소기업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내실화해 생태계 강건화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
내년은 우리 경제·산업계에 힘든 한 해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당장 가능한 대안부터 준비를 시작해도 결코 이르지 않다. 정부와 산업계가 협심해 더욱 속도를 내기를 기대해본다.
3년 이상 진행된 ‘M아카데미’ 코너가 이번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리고 내년에는 이 자리에 신남방 지역의 정치·역사·문화 등을 소개하는 코너가 신설됩니다. 성원해주신 독자분들과 필진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