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핀테크 유니콘' 등장을 반가워할 수만 없는 이유

국내 스타트업 비바리퍼블리카가 해외에서 8,000만달러(약 9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유니콘’ 반열에 올랐다. 유니콘은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스타트업을 말한다. 이 업체에 자금을 댄 곳은 구글·아마존 같은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에 투자한 세계적 벤처캐피털 회사인 클라이너퍼킨스와 리빗캐피털이다. 이들은 비바리퍼블리카가 운영하는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인 ‘토스’의 성장성에 주목하고 기업가치를 12억달러(약 1조3,000억원)로 인정했다고 한다.


국내 핀테크 스타트업이 유니콘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니 축하할 일이다. 하지만 그 과정을 보면 씁쓸하다. 비바리퍼블리카는 2013년 시범 서비스로 토스를 내놓았지만 규제 등으로 이듬해 금융당국에 의해 서비스가 폐쇄됐다. 우여곡절 끝에 1년 뒤 정식 서비스를 출시했으나 불법 사업모델을 우려한 국내 투자자들로부터 투자를 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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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탓에 국내에서 투자유치나 사업이 힘들자 해외에서 답을 찾고 있는 스타트업은 한둘이 아니다. 자율주행차 스타트업 토르드라이브는 지난해 본사를 한국에서 미국 실리콘밸리로 옮겼다. 국내에서만 6만㎞가 넘는 구간을 자율주행하며 많은 데이터를 쌓았는데도 정작 상용화는 미국에서 준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관련 규제가 워낙 까다롭다 보니 사업성을 기대하기가 무리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이러니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는 스타트업이 나올 수 있겠는가. 해외에서 유니콘이 가장 많이 나오는 승차공유 분야는 서비스를 금지하는 현행법과 정부의 소극적인 대처로 시작조차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미국 유니콘 기업이 140곳, 중국도 80곳을 넘는데 우리는 겨우 4곳에 불과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정부는 올해 초 “벤처생태계를 혁신해 2022년까지 유니콘 8곳을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게 공염불에 그치지 않으려면 신산업 규제를 과감하게 풀고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 허용 등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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