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개도국에 뿌리내린 과기 한류..적정기술 ODA 속속 결실

동남아에 공장·태양광·수질정화 등 지원..마을 자립 도와

아프리카서도 정부·출연硏 손잡고 농업 기술 보급 활발

라오스 루앙프라방주 남박강가의 리마을에 있는 카이펜 공동작업장에서 농민들이 민물김을 생산하고 있다. /사진제공=적정과학기술거점센터라오스 루앙프라방주 남박강가의 리마을에 있는 카이펜 공동작업장에서 농민들이 민물김을 생산하고 있다. /사진제공=적정과학기술거점센터



최근 라오스 루앙프라방주 남박강가의 봄마을과 리마을. 건기(10월~내년 4월)를 맞아 전통식품인 카이펜(민물김)을 생산하는 손길이 바쁘다.

이곳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 지구촌기술나눔센터가 공기방울 세척기와 UV 살균기 등을 갖춘 공동작업장을 지원해 맛있는 김을 만들도록 지원하는 현장이다. 과거 깨끗하지 못한 물로 김을 씻어 모래 등 이물질이 끼고 세균도 존재했던 문제를 개선했다. 이 사업은 사단법인 나눔과 기술이 주관하고 있다. 무상으로 지원하는 과학기술 공적개발원조(ODA)사업의 일환이다.




지난해 라오스 루앙프라방주 남박강가의 리마을에서 적정과학기술거점센터 직원과 주민들이 카이펜 공동작업장을 지으며 파이팅을 다짐하고 있다. /사진제공=적정과학기술거점센터지난해 라오스 루앙프라방주 남박강가의 리마을에서 적정과학기술거점센터 직원과 주민들이 카이펜 공동작업장을 지으며 파이팅을 다짐하고 있다. /사진제공=적정과학기술거점센터


건강에 좋은 슈퍼푸드인 사차인치 열매와 흑생강 등을 건조한 뒤 얇게 잘라 예쁘게 포장하는 작업도 지도한다. 내년에는 화장품과 건강보조식품으로도 만들 계획이다.

오지인 탓동마을에는 소규모 태양광과 소수력발전 시설을 지원했다. 덕분에 95가구에 전력이 공급돼 말 그대로 ‘개명 천지’가 됐다. 이 같은 ODA사업은 현지 수파노봉대에 적정과학기술거점센터를 설치해 관리한다. 사업책임자인 윤치영 대전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카이펜을 호텔과 식당 등에 납품해 농민들이 지난 3년간 7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며 “건기와 우기가 반복되는 현지에 맞춰 융합발전도 지원해 호평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에서는 수질정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화장실이 마땅치 않고 농촌에서 우물과 빗물에 오염수가 섞이는 문제가 있어 9개 지역(8만여명)에서 정수기술을 지원했다. 900여가구에 3단 밀폐형 정화조와 자연친화적 분뇨처리 시스템도 보급했다. 사단법인 국경없는과학기술자회를 통해 캄보디아국립기술대에 센터를 운영해왔으며 이달 중 지원을 마무리한다.

네팔에서는 히말라야의 알로 식물을 가공하기 위한 마을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정련·방적·방직·염색 과정에서 기계화로 항균성을 높여 제품 생산이 30% 증가하며 소득도 그만큼 늘었다. 고급 특수용지로 인정받는 록타 제지 공정이 과거 품질이 낮고 균일하지 못했던 점을 개선해 보일러·세척기를 개발하고 표준화 공정 모델을 도입했다. 한동대가 포카라대에 센터를 설치해 주관한다.


베트남은 서울대가 국립토목대에 올해 초 센터를 구축하고 일부 학교나 관공서 등에서 빗물을 활용해 안전한 식수공급에 나서고 있다. 물을 조금만 써도 되는 변기를 개발하고 자원순환형 화장실도 만들었다. 무담보 소액대출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통한 비즈니스 모델도 개발하고 있다.

관련기사



정부는 아프리카에서도 과학기술 ODA를 펴고 있다. 탄자니아에서는 10㎾급 태양광발전기를 시범마을에 설치했다. 냉각장치를 갖춘 이동형 ‘백신’ 캐리어도 개발해 지난해 아루샤 의료기관에 기증했다. 서울대는 넬슨만델라아프리카과학기술원에 센터를 구축해 20여명의 학생에게 15차례 창업교육을 실시하고 올 초 경진대회도 가졌다.

에티오피아에서는 지난해부터 아다마 인근 농촌에 안전한 식수 공급, 농업 관개시설 구축, 원예작물 기술 보급에 나서고 있다. 아주대가 아다마과학기술대에 센터를 구축했다.

인도네시아에는 내년에 녹색기술센터를 통해 7번째 센터를 열고 저탄소통합폐기물 관리기술 전수에 나설 방침이다. 1~7호 센터는 4년간 각각 20억원을 지원받고 추가로 2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주관기관의 일 처리와 비용 투입이 보다 효율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내놓는다. 송경희 과기정통부 국제협력국장은 “자립 모델로 지속 가능한 ODA 생태계를 만드는 게 관건”이라며 “정부 출연 연구원이나 기업과 함께 과학기술 ODA를 체계화해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 한류를 꾀하겠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오는 2020년까지 베트남 하노이에 3,500만달러 규모로 짓는 베트남판 KIST(VKIST)를 벨라루스 등으로 넓히기 위해 예비 타당성 검토에 들어갔다. KT가 나서 아프리카 케냐·가나 등에서 진행하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감염병 예방’ 사업도 확대한다. 몽골에는 내년부터 에너지기술연구원과 원자력연구원을 통해 신재생·바이오·청정석탄연료 기술 사업화를 지원한다. 대덕특구 모델을 스리랑카와 파키스탄에 전수하는 일도 내년에 시작한다. 한국화학연구원이 올해 우즈베키스탄과 협력에 나서는 등 출연연이 동남아시아·중앙아시아·아프리카·남미에서 의료·물·에너지·교육 과제 발굴에 나선다.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는 개도국 인력을 교육해 ODA 프로젝트에 참여시키기로 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한국연구재단 등은 국가 연구개발(R&D) 기획·선정·평가·보상체계 구축을 위한 수요 파악에 나선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과 한국정보화진흥원 등은 정보통신기술(ICT) R&D 협력 타당성 조사를 할 예정이다.

이 밖에 KAIST가 케냐과학기술원의 교육 컨설팅을 최근 수주하는 등 유상 ODA도 늘린다. 케냐가 9,500만달러의 한국 차관을 들여 과학기술원을 짓는데 교육·연수·건축설계·감리를 KAIST 컨소시엄이 3년간 945만달러에 수주했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

고광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