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판사 80% "대법원장 권한 이양? 사법행정회의는 심의·의결만 하라"

사법개혁 후속추진단 제시 사법행정회의 권한에 대부분 반대

상근 판사 및 비법관 문제에 대해서는 법관-공무원도 의견 갈려

김명수 대법원장. /연합뉴스김명수 대법원장. /연합뉴스



‘재판거래’ 의혹으로 극심한 내홍을 겪는 법원이 자체 개혁안 최종 제출을 앞두고 사법개혁 후속추진단 의견에 반기를 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판사 80%가 사법행정회의는 총괄기구가 아닌 심의·의결기구로만 남겨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49%는 법관 인사를 비법관 직원이 담당하면 안된다고 답했다. 법원 외부 의견, 법원공무원, 판사들의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면서 소신 없이 특정 방안을 밀고 나가지 못한 김명수 대법관의 리더십이 도마에 오를 분위기다.

12일 법원에 따르면 지난 4~10일 법원행정처가 전국 판사들과 법원공무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법행정제도 개선 설문조사’에서 전체의 67.86%(3,443명)가 사법행정회의의 권한을 각급 법원의 보고만 받는 심의·의결기구로 남겨야 한다고 답했다. 지난달 6일 ‘사법발전위원회 건의실현을 위한 후속추진단’이 제안한 대로 사법행정회의가 행정사무를 총괄해야 한다는 안에 동의한다는 답변은 24.22%(1,229명)에 그쳤다. 심의·의결 범위도 포괄적 권한(20.54%·1,042명)보다는 중요 행정사무에 국한(57.82%·2,934명)하자는 의견이 세 배 가까이 많았다. 사법행정의 총괄 권한은 대법원장이 계속 쥐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특히 판사들의 경우 무려 79.02%(1,065명)가 사법행정회의의 총괄 권한 의견에 반대했다. 판사들 중 대법원장 권한 이양에 찬성하는 입장은 15.00%(202명)에 불과했다. 심의·의결 범위를 중요 행정사무로 제한하자는 비율(66.44%·895명)도 더 높게 나왔다. 법원공무원들도 판사보다 비중만 낮을 뿐 의견은 같았다.


다만 법원사무처에 상근 판사를 두지 않는 방안에 대해서는 법관들과 일반 공무원간 의식 차이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판사들의 48.55%(654명)는 ‘법관 보직인사의 기초 업무를 법원사무처에서 비법관 직원이 담당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답변했다. 또 판사 36.82%(496명)는 ‘신설될 법원사무처에 상근 법관을 두지 않는 것 자체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사법행정회의가 법관의 보직인사까지 다루는 것에 반대한다’는 의견도 31.33%(422명)나 됐다. 반면 법원공무원 가운데 후속추진단이 제안한 법원행정처 폐지·법원사무처 신설·사무처 내 상근법관 폐지 등 각 안에 반대하는 비율은 0~1.91% 밖에 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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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행정회의를 구성할 때 비법관 추천 기관에 대해서도 의견은 엇갈렸다. 판사 69.49%(936명)은 대한변호사협회를 뽑았으나 법원공무원 2,613명(70.87%)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법원노조)를 택했다.

법원행정처는 법원 토론회, 전국법원장회의, 대법관회의 등을 통한 의견수렴 결과와 설문 결과를 토대로 이르면 이날 오후 국회에 자체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제출할 방침이다. 하지만 법원 내 보수적 의견을 반영할 경우 후속추진단을 비롯한 외부 법조인, 시민단체들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반대로 법원 내 의견을 무시하고 후속추진단의 급진적 개혁안을 받아들일 경우 조직 내홍에 빠질 위험도 있다. 법관들과 법원공무원 간 의견 차이 중 어디를 고를지도 과제다.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문제가 김 대법원장의 소신 없는 우유부단한 처신에서 비롯됐다고 꼬집었다. 재판거래 의혹으로 뭇매를 맞자 지난 9월20일 ‘사법개혁 대(對)국민 담화문’을 통해 “후속추진단을 구성해 개혁안을 마련하고 입법부·행정부·외부 단체가 참여하는 보다 큰 민주적 개혁기구도 만들 것”이라며 지키기도 힘든 약속을 해 갈등만 고조시켰다는 것이다. 당장의 비는 피했지만 정작 후속추진단이 개혁안을 내놓자 그 때서야 “법원 의견도 들어봐야 한다”는 뒷북 행보로 어디서도 환영받기 힘든 개혁안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다는 진단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김 대법원장이 애초부터 자기 소신과 철학에 따라 개혁 방향을 확실하게 설정했어야 했다”며 “비판을 피하려고 너무 몸을 사리다 보니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후폭풍이 만만찮게 됐다”고 걱정했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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