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9년 9월1일 영국 천문학자 리처드 크리스토퍼 캐링턴은 태양이 화산처럼 폭발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다. 이른바 ‘캐링턴 사건’이다. 그해 8월28일~9월2일 태양 흑점에서 대형 폭발이 연속 발생해 지구에 전자기파 폭풍을 일으킨다. 지구 곳곳에서 오로라의 향연이 펼쳐졌으나 영국 등 많은 곳에서 전신이 마비되고 정전 사태가 빚어졌다. 자기장을 이용하는 나침반 등도 무용지물이었다.
만약 당시 규모의 태양 폭발이 발생하면 인공위성이 고장나 통신·전력망은 물론 컴퓨터나 항공기 항법시스템에도 적지 않은 혼란이 빚어질 것이다. 실제 2014년 4월 흑점 폭발로 태평양 일부에서 통신과 GPS가 마비되기도 했다.
지구보다 100만배나 큰 태양은 표면온도가 섭씨 6,000도인 데 비해 대기 바깥층(코로나)은 무려 150만도 이상에 달하는 등 많은 ‘미스터리’를 간직하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태양의 비밀을 캐기 위해 오래전부터 탐사를 시도했다. 1976년 ‘헬리오스2’호가 태양에서 4,270만㎞까지 접근했고 1995년에 유럽우주기구가 제작하고 나사가 발사·운영을 맡은 ‘소호’는 지금도 태양의 엑스선·자외선 등을 관측한다.
나사는 지난 8월12일 ‘파커 솔라 프로브’호를 발사, 최근 근접 태양 관측에 돌입해 태양풍 등 우주 기상예보가 보다 정확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파커는 코로나에 접근하는 게 목표로 앞으로 7년간 시속 71만6,000㎞로 태양을 24바퀴 돌며 오는 2025년 620만㎞까지 접근할 예정이다. 파커는 11㎝ 두께의 탄소복합소재를 쓰고 열을 반사하는 특수 페인트가 칠해져 최대 1,370도까지 견딘다. 선체는 2,000도에도 녹지 않도록 텅스텐과 티타늄 합금을 썼다.
이와 함께 보이저2호가 1977년 8월20일 발사 이후 297억7,200만㎞를 비행한 끝에 최근 태양권 경계를 넘어 성간우주에 도달해 태양계 경계선의 비밀을 알려줄지 주목된다. 보이저2호는 PLS라는 플라스마 측정장비와 자력계 등을 통해 태양권 계면을 넘어 성간우주로 진입한 사실이 확인됐다. 보이저1호는 2호보다 16일 늦게 발사됐지만 빠른 궤도를 택하고 속력도 높아 2012년 성간우주에 진입했으나 PLS가 고장 난 상태다.
보이저2호는 지구에서 약 180억㎞ 떨어진 곳을 비행 중이다. 당초 목성과 토성 연구를 하려다가 천왕성과 해왕성까지 근접 비행했고 성간우주에도 진입했다. 플루토늄을 원료로 전기를 얻으며 41년 넘게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소규모 천체들이 모여 태양계를 껍질처럼 둘러싸는 오르트 구름도 넓은 의미의 태양계라 보이저 1·2호가 이곳을 완전히 벗어나는 데는 무려 3만년이 걸릴 것으로 추정된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