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청약시장 비수기에도 불구하고 다음주까지 새 아파트 분양 물량이 쏟아진다. 한겨울에 신규 분양이 몰린 것은 11일 시행된 청약제도 개편과 지난 여름부터 이어진 정부의 부동산 규제 대책으로 공급 일정이 대거 밀렸기 때문이다. 연말 ‘소나기 분양’에도 불구하고 올 한해 총 분양물량은 30만∼31만가구 안팎으로 2013년 이후 5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13일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이달 현재까지 분양을 끝낸 단지는 총 28만4,559가구에 달한다. 이달 중순 이후 분양 예정인 물량인 2만가구가 넘는데 상당수가 수도권에 집중됐다. 14일에는 정부의 청약제도 개편으로 두 달 가까이 일정이 연기됐던 성남시 분당구 대장지구의 분양이 시작된다.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 대우건설, 포스코건설이 14일 모델하우스를 공개하고 총 2,800가구를 분양한다. 이들 아파트는 청약제도 개편 이후 처음 분양되는 아파트다. 규제지역 안에서는 추첨제 물량도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되며, 1주택자는 입주후 6개월 이내에 살던 집을 팔겠다는 약정을 해야 청약 신청이 가능해 청약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투기과열지구여서 중소형은 100%로 가점제로, 중대형은 50% 가점제, 50%는 추첨제로 분양하게 된다. 다만 추첨제 물량 가운데 75%는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하고 나머지 25%에 대해서만 1주택자에게 신청자격을 부여한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대장지구 A3·4·6블록에서 ‘힐스테이트 판교 엘포레’를 분양한다. 전용면적 128∼162㎡의 대형 아파트로 전체 836가구다. 분양가는 3.3㎡당 2,400만원 선이다. 현대건설은 이들 3개 블록의 당첨자 발표일을 서로 달리하는 전략으로 블록별로 중복 청약이 가능하게 했다. 대우건설은 A1·A2 블록에서 ‘판교 퍼스트힐 푸르지오’를 분양한다. 전용 84㎡ 단일면적 974가구로 분양가는 3.3㎡당 2,100만원 선이다. 판교 더샵 포레스트도 전체가 전용 84㎡로 구성됐으며 A11블록 448가구, A12블록 542가구 등 총 990가구다. 분양가는 대우건설과 비슷하게 책정된다.
위례신도시에서도 분양을 기다리는 아파트들이 있다. GS건설은 이달 21일 하남시 위례지구 A3-1블록에서 ‘위례포레자이’를 분양한다. 전용면적 95~131㎡, 558가구로 개편된 청약자격이 적용된다. 분양가는 3.3㎡당 2,300만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GS건설은 위례 외에도 14일 일산자이 3차(1,333가구), 21일 안양 비산자이 아이파크(일반분양 1,073가구)와 남양주 다산신도시 진건지구 ‘자연&자이’(878가구), 대구 중구 ‘남산자이하늘채’(일반분양 965가구) 등 무더기 분양에 나선다.
공공주택도 분양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이달 말 하남 감일지구 B3, 4블록에서 각각 847가구, 815가구의 공공분양 아파트를 내놓는다. 하남 감일지구는 공공주택지구로 서울 외곽순환도로 서하남IC, 서울∼세종 간 고속도로와 근접해 있다. 신혼부부를 위한 첫 신혼희망타운도 위례신도시와 평택 고덕지구에서 분양될 예정이다. 하남시 북위례에 공급되는 신혼희망타운은 총 508가구로 이 가운데 분양주택이 340가구, 장기임대(행복주택)가 168가구다. 국토부와 LH는 21일 입주자 모집공고를 내고 27∼28일 청약 신청을 받는다. 예정 분양가는 전용 55㎡가 4억6,000만원, 46㎡는 3억9,700만원으로 이보다 더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평택 고덕지구는 분양이 596가구, 행복주택이 295가구로 배정됐다. 다음달 28일 입주자 모집공고를 내고 내년 1월15∼16일 청약을 시작한다. 55㎡의 분양가가 2억3,800만원, 46㎡가 1억9,900만원으로 2억5,000만원을 넘지 않아 수익공유형 기금대출을 받지 않아도 되는 것이 특징이다. 입주자격은 무주택 가구 구성원이다. 세부적으로는 혼인기간이 7년 이내의 신혼부부이며 입주자 모집 공고일로부터 1년 이내에 혼인사실 증명이 가능한 예비신혼부부 또는 만 6세 이하 자녀를 둔 한부모 가족이 자격을 갖는다.
연말 몰아치기 분양에도 불구하고 올해 공급 물량은 30만∼31만가구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 2013년 28만3,000여가구 이후 5년 만에 가장 적은 물량이며 올해 초 잡은 계획 물량인 50만가구에 크게 못미치는 규모다. 성수기인 9월 정부가 연이어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며 분양 시기가 미뤄졌고, 9·13대책의 후속조치로 추첨제 물량의 75%를 무주택자에게 우선 배정하게 되면서 서울과 주요 인기지역의 분양이 연말로 연기됐기 때문이다. 최근 극심한 양극화 현상도 이유다. 청약률과 계약률이 양호한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분양을 미뤘다. 지난 10∼11월 부산·거제 등지에서 분양한 아파트는 계약은 물론 청약 단계부터 미달 사태가 생겼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내년 청약시장이 불투명해 가급적 올해 안에 할 수 있는 것들은 털고 가려고 하지만 미분양이 많은 지방은 섣불리 분양하기 어렵다”며 “내년 이후로 분양을 미루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지방은 공급과잉과 미분양에 대한 부담으로 최근 집값이 강세인 대구·광주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연내 분양이 어렵다”고 전망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해 공급물량이 다소 감소하지만 아직 전체적인 공급 부족 등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예상하고 있다. 직방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분양이 줄었지만 2015년 52만가구에 이어 지난 2016년에도 45만가구가 분양되면서 내년까지 입주 물량에 여유가 있는 편”이라며 “다만 경기침체로 내년 이후에도 계속 민간의 분양이 줄어들 수 있는 만큼 정부의 수도권 공공택지 확보가 차질없이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다원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