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文정부, '단기일자리 창출'에 이젠 사법부까지 동원

10월 기재부 요청 받고 각급 법원에 e메일로 수요 조사

주차·청소 등 월급 176만원·1~2달짜리 351명 채용

추가 채용 권장 전례 없어... "삼권분립 무시" 지적도




문재인 정부가 올 하반기 단기 일자리 머릿수를 채우기 위해 사법부까지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거래’ 논란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법원이 또다시 정권의 들러리로 전락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실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지난 10~11월 49개 사법기관을 통해 351명의 1~2개월짜리 단기 일자리를 채용했다는 내용의 자료를 이달 오 의원실에 제출했다. 급여는 월 176만9,750원이 지급됐으며 이들의 업무는 재판사무보조, 주차관리, 법원청사 청소, 민원안내 등 잡무에 집중됐다. 서울회생법원이 60명을 채용해 가장 많이 기여했으며 그 뒤를 대구지방법원(44명), 법원도서관(27명), 서울서부지방법원(22명) 등이 이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현재도 해당 업무를 계속 이어가는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은 지난 10월 기획재정부로부터 “단기일자리 예산이 필요한지 확인해 달라”는 제안을 받고 같은 달 각급 법원에 e메일을 보내 인력 수요를 파악했다. 이에 서울회생법원 등 각급 법원은 ‘일용 임금’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일과 필요 예산을 법원행정처에 제출했다. 채용 작업은 이 사업이 정부가 시행하는 ‘단기일자리 사업’과 관련 있다는 정식 공문도 발송하지 않은 채 이뤄졌다. 법원은 “추가인력 채용을 (각급 법원에) 권장한 사례가 과거에도 있었느냐”는 오 의원실 질문에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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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법원 관계자는 “채용된 인력은 사실상 막노동 같은 일에 투입됐다고 보면 된다”며 “원래라면 기존 예산 안에서 법원이 자체적으로 근로자를 채용하지만 정부에서 예산을 더 준다니 당연히 호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행정부가 일자리 창출에 사법부 인력까지 끌어들인 것을 두고 법조계 일부에서는 “청와대의 목표치를 채우기 위해 삼권분립 원칙도 무시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행정부 소속의 다른 공공기관과 달리 사법부는 원칙상 완전히 독립된 기구이기 때문에 정권 목표에 동원돼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재판거래 의혹 논란이 불거진 시점에서 법원에까지 일자리 창출을 권유한 것은 경솔한 행동이었다는 지적이다. 오 의원은 “대법원이 전례 없는 방식으로 행정부의 일자리 정책을 뒷받침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지난 12일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취업자 수(16만5,000명)를 놓고 정부가 “올 1월 이후 10개월 만의 최대치”라고 자화자찬한 이면에도 이 같은 무리수가 숨어 있던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로 지난달 36시간 미만 취업자는 44만9,000명 증가했지만 36시간 이상 취업자는 29만8,000명 더 줄었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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