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 주가가 심리적 지지선인 4만원선마저 속절없이 뚫리며 22개월 만에 최저가로 추락했다. 비관적인 업황·실적 전망이 증권가의 목표주가 하향 조정으로, 다시 주가 하락으로 도미노처럼 이어지는 모양새다. 예상보다 부진한 수요가 공급 과잉을 야기한 가운데 외국인·기관투자가들의 매도세까지 나타나고 있다. 다만 늦어도 내년 하반기부터는 반도체 업황과 삼성전자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14일 삼성전자는 2.63% 떨어진 3만8,950원에 장을 마쳤다. 52주 최저가이자 지난해 2월 이후 가장 낮은 주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1일 5만7,220원(종가 기준)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이후 반도체 업황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면서 하락세가 계속됐고 현재 고점 대비 31.9%나 떨어진 상태다.
SK하이닉스(000660) 역시 5.65%나 급락한 6만1,800원을 기록했다. 역시 52주 최저가다. 지난 5월 고점(9만5,300원)을 찍은 후 35.2%나 내려앉았다. 전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자체 실적 추정치(가이던스)를 기반으로 주요 증권사들이 일제히 삼성전자의 실적 전망과 목표주가를 낮춘 탓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의 삼성전자에 대한 올해와 내년 영업이익 추정치는 각각 62조6,474억원, 54조940억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6월 말까지만 해도 올해와 내년 이익 전망치는 각각 65조원대, 66조원대에 달했다.
특히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가 66조원대에서 54조원대로 18%나 깎인 것은 현재 반도체 업종의 수요 둔화와 가격 하락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4·4분기 메모리 반도체 생산량 증가율(Bit growth)이 D램·낸드 모두 역성장할 가능성이 있고 가격 하락폭도 예상보다 클 것”이라며 “내년에는 D램이 10% 후반, 낸드가 30% 후반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증권가의 전망은 좀 더 비관적이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D램 가격이 29%, 낸드 가격이 44% 하락할 것으로 추정하며 반도체 업황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가팔라 내년 실적도 예상보다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현재 수요가 부진해 재고가 당초 예상보다 늘어나는데 내년에 수요가 회복되지 않으면 하반기까지 공급 과잉이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도체 수요를 떠받쳐줄 것으로 예상됐던 서버용 D램의 수요도 꺾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서버 D램 수요가 정체됐다는 점이 가장 큰 변수”라며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업체들의 투자가 재개되는 내년 2·4분기에나 수요 반등 시점을 예상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날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목표주가가 일제히 하향조정됐다. 전일 삼성전자의 실적 가이던스가 공개된 후 분석 보고서를 낸 12개 증권사 중 9곳이 목표주가를 낮췄다. 기존 목표주가를 유지한 증권사는 삼성증권·대신증권·IBK투자증권 등 3곳에 불과하다.
큰손들의 매도세도 이어지고 있다. 이달 들어 외국인투자가와 기관투자가의 삼성전자 순매도 금액(우선주 포함)은 각각 4,207억원, 2,820억원이다. 개인투자자들이 저점매수 차원에서 7,016억원어치나 사들였지만 주가 방어에는 크게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내년 상저하고 식의 실적 개선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이경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수요 부진은 IDC 업체의 구매지연, 인텔의 CPU 공급부족, 무역분쟁 등 외부환경 때문이며 특히 IDC의 구매지연은 구조적 수요 둔화라기보다 일회성 구매 전략 때문으로 보인다”며 “내년 2·4분기 인텔의 새로운 CPU 플랫폼 출시로 메모리 수요가 반등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원식 신영증권 연구위원도 “메모리 업체들이 내년 설비투자(Capex)를 줄이고 공급을 조절하면서 하반기부터 반도체 수급이 안정될 것”이라며 “또 내년 삼성전자의 추가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기대감도 여전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