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최저임금 위반으로 고용노동부 시정지시를 받은 현대모비스에 앞서 대우조선해양이 올해 최저임금 기준을 못 맞춰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사실이 확인됐다. 두 기업 모두 인건비 비중이 높은데다 최근 부진에 빠져 임금 인상 여력이 없는 자동차·조선 업계 대기업이다. 대기업들은 내년에 최저임금이 또다시 10.9% 오르면서 최저임금발 임금 인상 대란을 우려하고 있다.
최저임금 직격타는 조선업계가 맞았다. 올해 11월까지 한국 조선업계는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의 42%인 1,090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를 수주하며 7년 만의 세계 1위 탈환을 눈앞에 뒀다. 하지만 정작 조선 빅3(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는 최저임금 인상(16.9%, 시간당 7,530원) 홍역에 걸렸다. 현대중공업은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기본급을 보전하기 위해 시급 20시간어치 자기계발 수당과 한 해 상여금(기본급의 800%) 중 300%를 12개월로 나눈 25%씩을 매월 지급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매월 지급되는 상여금은 최저임금 산정에 포함돼 기본급을 높이지 않고도 최저임금 기준을 충족할 수 있다.
기본급과 자기계발비가 상대적으로 많은 삼성중공업은 올해를 수월하게 넘겼지만 위기감은 높다. 회사 관계자는 “최저임금이 정부 공약대로 1만원까지 계속 오른다면 (상여금 월별 분할지급 같은) 임금 체계 개편을 고려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각종 수당을 기본급화해 아예 기본급을 끌어올리는 식으로 처벌을 모면했다. 그러나 내년에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0.9% 오르면 4년차 직원까지 최저임금 위반으로 또다시 걸린다. 회사는 상여금 600% 분할 지급과 기본급 10% 반납을 제안했지만 노조는 결사반대다. 노조 관계자는 “가뜩이나 기본급이 3년째 동결인데 상여금마저 분할되면 내년에도 저임금에 시달려야 한다”며 “상여금은 그대로 두고 기본급을 높여 최저임금 기준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업계 외에도 상당수 대기업은 내년 최저임금 기준 미달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월 기본급과 근속수당 등 매월 주는 고정수당을 합한 급여 지급액이 최저시급(8,350원)과 소정근로시간을 곱한 것보다 적지 않아야 최저임금 기준을 충족한다. 문제는 고용부 지침상 유급휴일(주휴시간)을 최저임금 산정에 들어가는 근로시간에 포함하도록 해 기업의 실질적 부담이 크다는 점이다. 대법원이 판례에서 밝힌 소정근로시간은 174시간이지만 고용부 지침대로면 유급휴일을 주 1일 주는 기업은 209시간, 주 2일 주는 기업은 243시간이 월 근로시간이 된다. 검찰이 현대모비스와 대우조선해양을 모두 무혐의 처분한 것도 법원의 판례를 따랐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통상 2개월에 한 번 주는 상여금을 매월 지급으로 바꿔 최저임금 위반 사태 모면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노사 단체협약으로 상여금 지급 시기를 못 박은 기업은 노조 동의를 얻어 단협을 바꿔야 하는데 노조가 불리한 개정을 허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결국 기업들은 기본급을 올려야 하고 기본급에 연동되는 통상임금과 연장근로수당, 퇴직금도 따라서 상승세를 그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노동계 일각에선 “이번 기회에 왜곡된 국내 임금체계를 손질할 때가 왔다”는 주장도 나온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신입 사원 초봉이 평균 5,000만원을 넘는데도 최저임금에 미달한 현대모비스 사태는 기본급을 낮게 억누르고 높은 상여금, 각종 수당으로 임금체계를 복잡하게 만들어온 노동시장 관행을 타파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며 “기본급은 키우고 수당 비중은 낮춰 단순하면서도 근로자들에게 이익이 되는 임금구조를 확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