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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공감’ 안동 경당 종택 장성진·권순 부부의 특별한 외출

사진=KBS1 ‘다큐공감’ 예고 영상 캡처사진=KBS1 ‘다큐공감’ 예고 영상 캡처



오늘(16일) 방송되는 KBS1 ‘다큐공감’에서는 ‘당신의 손’ 편으로 경북 안동의 320년 역사를 지닌 경당 종택을 지키는 장성진과 권순 부부의 이야기가 전파를 탄다.

당신은, 당신이 사랑한 사람의 손을 본 적이 있나요? 어느 날 부턴가 아내의 손이 자꾸 눈에 밟힙니다.


“얼굴이 목단 꽃 같다고 표현했거든요. 젊을 때는 얼굴이 정말 예쁘고 고왔는데 80년을 살다 보니까 이제는 완전히 할머니가 됐어요. 이 손이 얼마나 고왔는지, 그런데 이 손이 말이 손이지 손이 아니잖아요?”

- 장성진(81)/안동 장씨 경당 장흥효 11대 종손

문득, 아내의 손을 들여다보니 지나간 80년 세월의 흔적이 역력합니다. 스물다섯 꽃다운 신부는 신혼의 단꿈에 젖을 사이도 없이 홀로 남겨졌습니다, 군인 신분이었던 남편은 1주일 휴가 나와 결혼식만 올리고 부대로 돌아간 것입니다. 시할머니, 시어머니의 3년 상을 치르고 있는 터라 시집 온 지 3일 만에 종가의 큰살림을 도맡아야 했습니다. 그렇게 경당 종택의 종부로 산 지 55년, 섬섬옥수 고왔던 손은 세월의 무게를 견뎌내야 했고 인생역정만큼 주름이 늘었습니다.

어느 종손이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당신의 손’은 가족을 위해 헌신했던 우리시대 아버지, 어머니의 이야기입니다.

▲ 어느 종가의 가을이야기

경북 안동의 320년 역사를 지닌 경당 종택, 장성진(81)과 권순(80)부부의 가을은 유난히 분주하다. 수령이 100년 된 탱자나무에서 열매를 따는 것으로 가을걷이가 시작된다. 매년 경당 고택의 탱자를 기다리는 이웃과 나누기 위해서다. 올해는 여섯 마지기 벼농사 수확도 제법 쏠쏠하다. 하지만 종가의 가을은 농사보다도 문중의 행사로 분주한 계절이다. 종가의 시작이 된 경당 선생의 시제와 1주일 후 안동 장씨 시조 장태사의 시제가 이어진다.


장성진 할아버지는 환갑이 넘어 종손이라는 무거운 짐을 어깨에 짊어졌을 때 힘들었다. 암으로 생명을 위협받기도 했고 당뇨병으로 왼손 가운데 손가락을 잃기도 했다. 그리고 종손으로 산다는 것은 때로는 녹록치 않은 삶의 무게를 감당해야 하는 일이다. 세상만사 마음에 달린 것이니 이 또한 사람 사는 재미라 여기니 모든 것이 즐겁다고 한다.



▲ 최초의 한글 조리서 ‘음식디미방’을 쓴 장계향의 친정집 내림음식

경당 종택은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조리서‘음식디미방’을 지은 정부인 안동 장씨(본명 장계향)의 친정으로 양반 음식이 대대로 이어져 오고 있는 종가다.“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다”는 것이 정갈하고 솜씨 좋은 종부 음식에 대한 평가다.

허리를 두 번 다쳐 아픈 몸에도 종부가 여전히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손님맞이다. 안동에서는 귀한 손님을 대접할 때 국수를 준비한다. 음식은 정성이 반이라는데, 그 정성만큼이나 손이 많이 가는 것이 안동국수. 국수를 미는 데만 족히 3시간이 걸리는데 종부는 이 국수를 60년이나 만들었다.

그리고 경당 종택에는 종손들에게 이어져 내려오는 내림음식이 있다. 큰제사나 집안 잔치 때 올리는 종손들의 지극한 마음을 담은 땅콩, 밤, 호두 고임으로, 특히 장성진 할아버지의 땅콩 고임은 일품이다. 땅콩을 하나하나 크기에 맞춰 고르게 균형을 맞춰 쌓아야 하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이 까다롭고 고된 일을 장성진 할아버지가 여든 하나의 나이에도 기꺼이 하는 것은 음식에 담은 선조들의 마음을 되새기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종부가 결혼 당시, 신부를 위한 큰상에 올랐던 땅콩 고임도 할아버지 솜씨다. 새색시를 집에 혼자 두고 군대로 돌아가야 하는 미안한 마음을 담은 것이다.

▲ 종부의 특별한 외출, 장인들의 삶을 만나다

부부는 겨우살이 준비를 위해 경북 의성으로 향했다. 권순 할머니가 시집올 때 해왔다는 혼수 이불, 무려 55년이나 해묵은 솜을 손보기 위해서다. 의성전통시장의 솜틀집은 양영섭 할아버지(82)가 아직도 일제강점기 기계를 이용해 솜을 타고 있는 곳이다. 가을에 썼던 농기구를 고치러 들른 대장간에서 경력 60년의 최상길 할아버지(85)를 만났다. 여전히 전통방식을 고집하는 장인이 손을 떨면서도 대장간을 지키고 있다. 스무 살 때부터 평생을 바쳤고 가족의 희로애락이 담긴 곳을 문 닫는 것이 못내 서운하기 때문이다. 조상을 모신 사당의 창문을 새로 바르기 위해 찾은 안동 전통 한지(공방), 20대에 시작해 50년 넘게 전통 한지를 만들고 있다는 이영걸(76)씨, 천 년을 이어온 전통 한지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리고 부부는 아들이 종손을 물려받을 때를 준비하기 위해서 안동포 마을을 찾았다. 올해 기능보유자로 인정받았다는 권연이(76)씨, 열다섯 살 때부터 베를 잤고 자신도 종부라는 장인의 손에는 훈장처럼 옹이가 박혔다. 돌아오는 길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봉정사를 들렸다. ‘지척이 천리’라고 집에서 5리 밖에 안 되는 이곳을 무려 10년 찾았다. 이곳에서 부부는 잠시 삶의 고단함을 내려놓는다.

김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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