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의 인적 청산은 보수야당의 정체성과 수권능력 확보 차원에서 뒤늦었지만 당연한 조치다. 김병준 비대위 체제는 출범 5개월이 지났지만 인적 청산을 외면해온 탓에 과거와 달라진 게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한국당이 진정한 보수야당으로 거듭나자면 무엇보다 대대적인 인물 교체로 당의 면모를 일신함으로써 통렬한 쇄신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다. 그런 점에서 “당이 새롭게 태어나고 총선에서 승리할 수만 있다면 어떤 희생이라도 받아들이겠다”며 비대위 결정을 수용하겠다는 의원들이 잇따르는 것은 평가할 만하다. 행여 ‘친박 솎아내기’라는 이유로 계파 싸움에 휩싸일 경우 자리보전에나 급급한 웰빙정당이라는 불명예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한국당이 인적 청산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인물과 정책으로 환골탈태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지방선거 직후 10%를 맴돌던 한국당 지지율이 최근 20%대 중반까지 오르는 등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현 정부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과 민생고에 따른 반사이익일 뿐 국민의 마음을 되찾기에는 아직 멀었다. 앞으로 진행될 공모과정에서 투명하고 공정한 평가절차를 통해 보수적 가치에 걸맞은 유능한 인재들을 과감히 수혈해야 한다. 건전한 정책대안을 발굴하고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당의 정체성을 새롭게 정비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일 것이다.
국민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지키면서 경제를 회생시킬 강한 보수야당을 원하고 있다. 한국당은 이번이 보수 재건의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한 인식을 갖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물과 정책으로 면모를 일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