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부발전 등에 따르면 서부발전은 지난해 국정감사 중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보낸 ‘2008~2017년 발전소 인명 사상자 자료’를 통해 “9년간 44건의 산재가 발생했고 사망자는 6명”이라고 보고했다. 하지만 이 자료에는 2011년 9월 발전시설 외벽공사 중 하청업체 직원 3명이 추락해 2명이 숨진 사고와 2016년 2월 컨베이어벨트 고정공사 중 시멘트를 타설하던 하청업체 노동자 2명이 떨어져 사망한 사고가 포함되지 않았다. 해당 사고의 사망자들은 모두 하청업체 직원이었다.
서부발전은 이밖에 화력발전소에서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 정해진 매뉴얼대로 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매뉴얼에는 안전사고 발생 시 태안화력방재센터 연락을 통해 구급대원의 안전조치를 받도록 했지만 2017년 11월 태안화력 3호기 보일러 정비 현장에서 하청 노동자가 기계에 끼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구급차 대신 자가용으로 병원에 옮겨진 이 노동자는 사고 발생 1시간여 만에 숨졌다. 이에 앞선 11월 3호기 보일러실 인근에서 노동자 2명이 얼굴과 손 등에 화상을 입은 사고도 은폐했다. 산업재해로 감점을 받을 경우 입찰 배제 등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한 것으로 해석됐다.
또한 김씨의 사망사고를 초래한 석탄 운전설비 컨베이어벨트가 두 달 전 안전검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태안화력발전소는 10월11∼12일 석탄·석회석·석고 등 운반설비 안전검사를 받았다. 안전검사는 한국안전기술협회가 수행했다.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CV-09E’ 컨베이어벨트도 안전검사 대상에 포함됐다. 검사는 육안검사·장비검사·작동검사 등의 방법으로 진행됐다. 김씨 사망사고의 원인이 아직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부실 검사 의혹이 제기될 만한 대목이다. 안전설비 검사를 총괄하는 고용부 관계자는 “검사 당시 컨베이어벨트 작동에는 문제가 없어 적합 판정을 준 것”이라며 “다만 김씨의 사고 과정에서 컨베이어벨트 오작동이 일어났는지 여부는 조사에서 드러날 것”이라고 해명했다.
서부발전의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협력업체에 식사비 등을 강요하는 ‘갑(甲)질’ 문화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11월 말 실시한 내부감사에서 태안본부 A 차장이 협력업체 관계자들에게 식사를 요구한 후 비용은 협력업체가 부담한 사실이 적발된 것이다. A 차장은 출퇴근 시, 사적 모임의 약속 장소 등에 차량 제공을 요구했고 본인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시공업체 현장 관리자를 사무실에 출입하지 못하게 하는 등의 과정에서 폭언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부발전 관계자는 “A 차장을 인사관리 규정에 따라 중징계 처분을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지만 논란은 증폭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씨의 시신이 수습되기도 전에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 관계자들이 원청업체인 서부발전을 의식해 컨베이어벨트를 가동하는 등 갑을 관계가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한편 최근 공공기관 관리시설에서 안전사고가 잇따르자 정부는 사회간접자본(SOC)과 에너지 공기업에 대한 안전 관련 전수조사를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공공기관 경영평가 시 안전·환경 요인을 반영하고 안전 관련 투자액에 대해서는 부채비율 산정에서 제외해 불이익이 없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안전 관련 파견·용역인력의 정규직화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세종=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