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은 연말 임직원에 줄 영화 티켓과 케이크 교환권 구매 등에 4억3,800만여원을 책정하는 등 예산 지출 계획을 수립, 이달 중 실시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내역을 보면 영화 티켓 3만4,271매 구입에 2억7,416만원, 케이크 교환권 1만8,248매 구입에 1억6,423만원을 각각 배정했다. 산은 전체 임직원이 약 3,323명인 점을 감안하면 직원 1인당 영화 티켓 10장, 케이크 교환권 6장 등이 각각 돌아가는 셈이다.
이 때문에 산은이 국민 혈세로 ‘연말 분위기’를 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산은은 현재 한국GM의 연구개발(R&D) 법인 분리 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데다 현대상선은 오는 2020년까지 6조원 이상을 추가 투입해야 하는 등 구조조정이 미완인 상황에서 임직원 복지에만 신경 쓰는 듯한 모양새가 바람직하냐는 것이다. 앞서 산은은 경기 하남시 연수원을 새롭게 짓겠다며 약 177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연수원 신설 공사를 추진해 비판을 사왔다.
산은 경영진의 이 같은 행보에도 관할 부처인 금융위원회는 산은의 경영실적에 A 등급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산은 직원은 월급 180%, 이동걸 회장은 연봉의 100%를 각각 성과급으로 챙길 수 있게 됐다.
산은은 지난 2015년 C등급, 2016년 B등급을 받았다가 올 8월 마무리된 2017년 경영평가에서 A등급을 회복했다. 지난해 7,673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게 주효했다. 하지만 산은은 내년 예산을 요구하면서 산업구조조정과 혁신기업 지원에 필요하다며 6,000억원의 증자를 요청해 이 중 5,000억원을 수혈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구조조정을 잘해 회수금액을 늘리면 예산 지원이 필요하지 않다”며 ‘재검토’ 의견을 국회 정무위원회에 냈는데도 ‘실세’로 통하는 이 회장이 직접 기획재정부 등에 호소해 이뤄낸 결과라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일부에서는 산은이 현대상선 등에 긴축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압박하는 상황인데 내부에서는 연말 상품을 돌리는 데 4억원이나 쓰면 설득력이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타이밍도 맞지 않고 자칫 산은이 방만 경영을 하는 것으로 오해돼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에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편 산은의 한 관계자는 “지난 2015년 이후 경영 정상화 차원에서 복지를 삭감하고 있어 최소한의 복지만 남겨놓은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