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제시한 내년도 기업투자 규모는 약 6조원이다. 행정절차와 이해관계 조정에 막혀 있는 대규모 기업투자를 지원해 조기착공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 가운데 서울 삼성동에 세워질 현대자동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사업은 정부의 민간투자 촉진 의지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지금까지 수도권정비위원회가 3번이나 건립안을 보류했는데 정부는 19일 정비위원회 실무위원회를 열어 해당 안을 처리하고 내년 1월까지 본회의를 통과시키기로 했다. 이 경우 내년 상반기 착공이 가능하다. “인구유발 저감방안이 마련됐다”는 게 국토교통부 입장인 만큼 통과에는 무리가 없다는 게 정부 안팎의 의견이다. GBC는 투자규모가 3조7,000억원에 달한다. 고용창출 효과만 건설 및 인허가 기간에 7만9,000여명, 준공 이후 20년간 113만7,000여명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서울 창동에 5,000억원 규모의 K팝 공연장을 만들어 외국인 관광객 유치 및 일자리를 만들고 대·중소 협력업체가 함께 입주하는 반도체 특화클러스터(1조6,000억원)를 조성한다. 유럽연합(EU)의 배출가스 기준 강화에 대응하기 위한 2,000억원 규모의 자동차 주행시험로도 건설하기로 했다.
공공투자도 대폭 늘린다. 우선 정부는 모든 공공시설을 민자사업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지금은 도로와 철도 등 관련법에 언급된 53개 시설만 가능하지만 앞으로는 모든 시설에 민자투자를 할 수 있다. 제도 변경 시 공공폐수관로 선로사업을 비롯해 1조5,000억원가량의 신규 투자가 예상된다. 또 비용편익 분석기관을 다양화하고 4평택·당진항, 부산항신항 개발을 포함해 4조9,000억원 규모의 정부 사업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를 통해 총 6조4,000억원 상당의 투자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민간투자사업과 공공시설에 대한 민자사업을 합해 명시적인 투자만 12조4,000억원이다.
면세점도 추가한다. 정부는 외국관광객 수요를 겨냥해 서울 등을 중심으로 시내 면세점을 추가 설치하기로 했다. 지난 10월 기준 시내면세점은 26개로 이중 서울에 12개가 있다.
지방 경기를 살리기 위해 예비타당성제도도 손본다. 정부는 낙후지역을 배려하기 위해 현재 △경제성 35~50% △정책성 25~40% △지역균형발전 25~35%로 돼 있는 배점을 바꾸고 사회적 가치를 높게 평가하기로 했다. 사회간접자본(SOC) 예타 면제 기준도 총사업비 500억원(국비 300억원)에서 1,000억원(500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도록 법 개정안 통과에 노력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와 별도로 내년 3월까지 예타 면제 지원사업을 확정하고 패스트트랙을 통해 조기에 사업을 착수할 수 있도록 한다. 지역 밀착형 생활 SOC는 내년에만 8조6,000억원을 투입해 문화·체육시설과 도시재생, 미세먼지 대응에 사용한다. 올해 5조8,000억원이었던 생활 SOC 예산은 내년에 약 50% 증가한다. 다만 예타 기준 완화와 패스트트랙 적용은 무분별한 사업확대로 정부 예산을 낭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같은 맥락에서 공기업과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토목·건설사업은 속도를 낸다. 정부는 2조5,000억원 규모의 세종∼안산 고속도로와 9,000억원의 공사비가 드는 양평∼이천 고속도로를 내년 중 조기 착공하고 행정절차에 드는 기간을 최대한 단축하기로 했다. 공공임대주택도 내년 중 착공물량을 8,000만가구 확대하고 옛 부산원예시험장과 대전교도소, 원주권 군부지 같은 국유재산 개발사업지 10곳 이상을 발표한다.
금융지원도 늘어난다. 정부는 16조원 규모의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해 기업의 사업재편과 환경·안전투자를 지원한다.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중소·중견기업에 투자하는 1조2,000억원 규모의 ICT 펀드도 신설한다.
자동차 산업의 일자리와 투자유지·확대를 위한 개별소비세 인하는 올해 말에서 내년 6월 말로 연장한다. 앞서 정부는 승용차를 살 때 개소세를 5%에서 3.5%로 낮췄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7월19일 개소세 인하 조치로 1~6월 전년 대비 평균 -2.1%였던 국산 승용차 판매량이 7~11월에는 2.0%로 전환했다. 도규상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재정과 금융, 제도개선 등 쓸 수 있는 모든 정책수단을 총동원해 경제활력 제고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