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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의 향기]자수 사계분경도

보물 제653호 자수 사계분경도. /사진제공=문화재청




보물 제653호 자수 사계분경도. /사진제공=문화재청


보물 제653호 자수 사계분경도. /사진제공=문화재청


보물 제653호 자수 사계분경도. /사진제공=문화재청보물 제653호 자수 사계분경도. /사진제공=문화재청


무늬 없는 원형 비단에 수놓인 꽃과 화분이 사계절을 다 담고 있다. 보물 제653호로 지정된 자수 사계분경도(四季盆景圖)는 고려 시대 것으로 전해오는 4폭짜리 병풍이다. 알 영근 포도 주변으로 현란한 무늬의 나비가 날아들었고 진녹색 포도잎 가장자리를 붉은 수로 한 번 더 두르니 그 기세등등함이 주변을 압도한다. 호화로운 화분과 부채까지 조화를 이루며 병풍 주인의 미감과 세력까지 짐작하게 한다. 다른 폭 역시 매화·모란·연꽃·난초 등 계절을 대표하는 꽃 화분으로 춘하추동을 운치 있게 표현하고 있다. 송나라 자수의 영향을 보여주는 이 문화재는 현존 유일의 고려 시대 자수라 더욱 귀중하다.


일찍이 우리 아름다움에 눈을 떠 전통 자수와 보자기를 집중적으로 수집해 ‘보자기 대통령’으로 불린 고(故) 허동화(1926~2018) 한국자수박물관장이 지난 1975년 서울 인사동 고미술상에서 당시 터키 대사 부인이 사가기로 한 것을 서둘러 사들인 유물이다. 13~14세기 것으로 추정되며 사찰을 상징하는 ‘만(卍)’자가 수놓여 있어 불교의 영향도 보여주는 이 자수 병풍은 1979년 보물로 지정됐다. 5월 별세한 허 관장은 작고 직전에 이 보물 653호를 비롯한 평생의 수집품 5,000여점을 서울시에 일괄 무상 기증했다. 현재는 서울시 한성백제박물관이 유물들을 관리하고 있지만 옛 풍문여고 자리에 건립되고 있는 ‘서울공예박물관’이 완공되면 이들 문화재를 다시 볼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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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투병 중에 유물을 기증하고 자신의 부고를 알리지 말라고 유언한 고인을 기리는 문집 ‘온 세상을 싸는 보자기-한국자수박물관 운영 50주년 기념 문집’도 최근 발간됐다.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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