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번거로운 '종이식권'에 눈 번쩍 뜨였죠"

모바일 식권서비스 '식권대장' 개발한 조정호 벤디스 대표

"사시 준비하다 창업 뛰어들어

관리·발급 불편하다는 요청에

모바일 식권 서비스 본격 개발

지역 소상공인과의 상생 일환

사용처 공공기관으로 확대 추진"




“판례를 외우며 사법고시 공부를 하던 제게 아이폰은 충격이었죠. 오직 시험 일정에 따라서만 동네의 흐름이 바뀌는 신림동에 머물면서 세상의 변화에 뒤처지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했고 곧 창업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법대를 졸업한 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머물며 사법고시 준비에 몰두하던 조정호(33·사진) 벤디스 대표는 친구의 아이폰을 보고 충격에 빠져 창업 시장에 뛰어든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과거의 것인 판례 암기에 시간을 보내는 자신이 세상과 어울리지 못하고 있다는 자괴감 때문이었다.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라는 부모님의 만류도 뿌리친 채 신림동을 벗어난 그는 지난 2014년 1월 장부나 종이 식권 형태로 거래되던 기업의 식권을 국내 최초로 모바일화하는 데 성공한다.


창업을 하겠다고 호기롭게 신림동을 뛰쳐나왔지만 앞길은 막막했다. 원래 추진하려던 창업 아이템은 법적 규제에 막혀 제대로 시도조차 하지 못했으며 이후에 뛰어든 소상공인 카페 포인트 적립 공유 서비스 또한 상인들에게 큰 환영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를 바꾼 것은 우연한 기회에 한 기업으로부터 받은 모바일상품권 개발 의뢰였다. 종이 형태의 복지상품권을 매번 나눠주고 회수하는 것이 불편하니 모바일로 만들어달라는 요청이었다. 이 계약은 결국 성사되지 않았지만 이 의뢰를 계기로 조 대표는 모바일상품권 시장을 조사했고 식권 시장이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조 대표는 “식당 사장님들을 만나보니 30년 전부터 식당을 운영해왔지만 종이 식권 문화는 변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며 “골목상권의 소상공인은 주변의 직장인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만큼 기업을 고객으로 삼는다면 안정적으로 영업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 본격적인 사업에 나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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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디스의 모바일 식권 서비스인 ‘식권대장’은 종이 식권과 식대장부, 법인카드 등으로 운영되던 기업 식대 관리 시스템을 모바일로 전환한다. 기업 임직원은 스마트폰에 식권대장 앱을 설치한 뒤 벤디스와 제휴한 식당에서 앱으로 식권을 사용하면 된다. 종이 식권 발급 등 관리에 따른 비용이 들지 않는데다 식대 결제의 전 과정이 전산화돼 투명한 식대 관리가 가능하다. 임직원은 스마트폰에 앱만 설치하면 돼 식권·법인카드 분실에 대한 우려나 식권을 들고 다녀야 하는 번거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회사는 임직원의 모바일 식권 사용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일명 ‘식권깡’ 등의 오남용을 없앨 수 있어 식대를 절감할 수 있다. 제휴식당은 포스(POS) 설치 등 별도의 비용 부담이 없으며 점주용 앱에서 식권 결제 내역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회수 식권이나 장부 관리, 정산 등을 별도로 하지 않아도 된다.

조 대표는 “여타 O2O(온·오프라인 연결) 서비스와 달리 벤디스가 개입하면서 다른 누군가의 밥그릇을 뺏는 사업이 아니다 보니 기업이나 식당의 저항이 없었다”며 “제휴식당의 수수료도 법인카드 결제시 부과되는 것과 유사한 2% 수준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장점에 식권대장의 거래액은 급상승하고 있다. 2015년 23억원에 그쳤던 거래액은 지난해 240억원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두 배 가까이 늘어난 45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식권대장을 이용하는 기업은 약 220곳으로 5만5,000여명의 직장인이 사용하고 있다.

벤디스는 식권대장 사용처를 공공기관으로 확대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지역 상권 살리기의 하나로 일부 시청이나 도청 등 공공기관이 한 달에 2회가량 구내식당을 폐쇄하고 외부 식당에서 식사하게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조 대표는 “공공기관 주변의 식당 주인들을 만나면 구내식당이 너무 저렴하기 때문에 장사가 잘되지 않는다고 말한다”며 “최근 소상공인과의 상생이 화두인데 구내식당 폐쇄일 등을 상시화하는 것 등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공기관마다 구내식당 이용정책도 식권 나눠주기나 월급에서 차감하기, 부서별로 운영하기 등으로 다른데 모바일 식권으로 이를 더욱 투명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벤디스는 현재 복수의 공공기관에서 도입 문의를 받아 미팅을 진행하고 있다.


김연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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