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딱 한잔만 마셨는데….” 18일 음주운전 교통사고 처벌을 강화하는 ‘윤창호법’이 시행되는데도 연말 음주운전 실태는 여전했다.
이날부터 시행되는 개정 특정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음주운전으로 사람에게 상해를 끼친 경우 최저 벌금 기준은 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두 배가량 높아지고 징역 최고형도 기존 10년에서 15년으로 5년가량 늘어난다. 또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사망하게 한 경우에는 기존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서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이 대폭 강화된다.
서울경제신문은 지난 12일 서울 서초경찰서 교통과 경찰관들의 음주단속에 동행했다. 수요일에서 목요일로 넘어가는 평일이라 음주운전 단속 건수가 적을 것 같았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불과 1시간 만에 3명(면허 정지 2명, 훈방 1명)이 단속에 걸렸다. 20년째 서울 서초경찰서 교통과에서 근무한 ‘베테랑’ 김철식 교통안전계 외근4팀 반장은 “지난해나 올해나 음주운전자 단속 건수는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10시 단속이 시작된 지 불과 10분 만에 첫 음주운전자가 적발됐다. 종각역 일대에서 송년회를 치르고 귀가 중이었다는 민모(38)씨는 대뜸 “술 한 잔밖에 안 마셨다”라고 항변하듯 말했다.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48%. 0.002%포인트 차이로 면허 정지를 간신히 피해 훈방 조치됐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혈중알코올농도 0.05~0.1%는 면허 정지다. 그러나 민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6개월 후 시행될 ‘개정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면허 정지 수준이다. 개정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면허 정지 기준은 0.03~0.08%이고 면허 취소 수준은 0.08% 이상이다. 김 반장은 “요즘은 단속에 걸리지 않을 만큼 마시는 얌체 음주 운전자도 많다”고 설명했다.
30분 뒤 회색 외제차를 탄 이모(28)씨가 적발됐다. ‘정말 술을 안 마셨느냐’는 경찰의 질문에 눈이 살짝 풀린 이씨는 “알코올 성분이 들어간 가글을 했을 뿐”이라고 답했다.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52%로 면허 정지 수치를 넘어섰다. 0.002%포인트 차이로 면허 정지가 나오자 이씨는 “0.05% 이하면 훈방이 맞느냐”고 재차 물어보더니 “운전하다 졸려서 계속 가글을 하고 눈에도 뿌렸다”며 재측정을 요구했다. 이를 지켜보던 김 반장은 “여태껏 음주단속을 했지만 가글했다고 알코올이 측정되는 경우는 없었다”고 기자에게 귀띔했다.
단속한 지 한 시간이 지날 무렵 외제차를 타고 온 남성 김모(41)씨가 단속에 걸렸다. 그의 곁으로 다가가자 술 냄새가 확 풍겼다.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74%. 역시 면허 정지에 해당했다. 김씨는 “30분 전에 맥주 두 잔 정도 마셨다”고 순순히 답했다. 음주운전 단속은 이튿날 오전1시께야 끝났다. 현장을 정리한 팀원들은 쉴 틈도 없이 곧장 순찰을 나갔다. 센터에 남아 단속 내용을 정리하던 김 반장은 습관적 음주운전자가 줄어들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음주운전은 유독 상습범이 많다”며 “윤창호법의 시행으로 처벌이 강화된다면 이들도 경각심을 가져 음주운전 단속 건수가 줄어들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